합병 이후 지분율 52.26%‘이해욱 시대’… 2인자 꼬리표 떼고 지배력 한층 강화
대림그룹은 대림코퍼레이션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주사 체제가 아니면서도 외부의 경영권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탄탄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장점은 막대한 승계 자금을 필요로 하는 다른 그룹과 달리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고 빠르게 대권을 물려 줄 수 있게 하는 메리트로 이어진다.
◇한번 합병으로 승계작업 마무리 = 대림그룹의 지배구조는 대림코퍼레이션이 주력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이준용 명예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각각 61%와 32% 보유해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준용 회장이 보유 지분을 이해욱 대표에게 절반 이상 증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증여 등에 따른 세금을 줄이기 위해 그룹 산하의 공익법인 증여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권을 아들에게 물려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준용 회장은 최근 기존 재계의 전망보다 더욱 손쉽고 빠른 승계 작업을 선택했다. 현재 아들이 99.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림아이앤에스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대림코퍼레이션의 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승계구도 측면에서 보면 묘수다. 그룹 전체의 승계 작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의 합병으로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이번 합병으로 그룹 2인자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게 될 전망이다.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아버지 이준용 명예회장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달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해욱 대표는 합병회사(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이 52.26%가 된다. 이는 합병 후 이준용 회장의 지분율 42.65%보다 훨씬 많다.
특히 이해욱 회사가 보유하게 될 합병회사의 지분율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재계에서 말하는 일명 ‘절대지분율’ 이상이기 때문이다. 절대지분율은 주식 50%+1주를 말하는데 보유자의 의지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사실상 회사 청산 절차만 빼고 모든 경영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해욱 대표는 이준용 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42.6%의 합병회사 지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다. 만약 이준용 회장이 합병회사 지분을 이해욱 대표에게 증여할 때 증여세를 물납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이해욱 대표는 70%가 넘는 지분율을 갖게 된다. 또 이준용 회장이 보유 지분을 증여받지 못하더라도 그룹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사실상 대림그룹의 모든 승계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상장 가능성 = 이준용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이 지주사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의 지배구조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오너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은 셈이다.
또 대림코퍼레이션의 회계 처리를 보면 오히려 지주사 전환을 꺼리는 모습이다. 올 1분기 말 현재 대림코퍼레이션이 장부상 잡고 있는 계열사 투자지분 장부가액은 8500억원 수준이다. 이는 회사 자산 1조9000억원의 44% 수준이다. 현행 지주사 규정을 보면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 평가액(장부상)이 전체 자산의 절반을 넘을 경우 강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림코퍼레이션의 현재 회계 처리 방법에서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수직 상승을 하더라도 지주사로 강제 전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 2010년까지 계열사의 주식을 지분법으로 평가해 계상했다. 이듬해부터는 개별 재무제표에서 원가법으로 평가해 장부에 기재하고 있다. 이는 대림코퍼레이션이 대규모 손실 등으로 자산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이상 지주사 요건에 들어가지 않는 셈이다. 계열사 주식에 대한 장부가액이 원가법에 따라 8500억원으로 고정이 되기 때문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이 순이익을 계속내고 있기 때문에 자산 대비 계열사 주식 장부가액 비율이 오히려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합병회사의 상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지주사가 아닌 대림코퍼레이션이 정보 공개가 적은 비상장 회사이다 보니 경영 투명성 확보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또 신성장 동력을 위한 자금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이해욱 대표가 합병회사의 상장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림그룹의 경우 순환출자구조로 지주사 전환 작업이 복잡한 다른 그룹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번 합병으로 사실상 승계작업도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