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호 열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乙의 설움’ 딛고 반전신화… 글로벌 엔터기업 영토확장

입력 2015-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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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스마일게이트 창업… ‘크로스파이어’ 개발포털사 제휴무산과 자금난 악화 등 ‘乙의 설움’ 겪어자문사 투자유치로 중국시장 진출하며 ‘승승장구’선데이토즈 등 13개 계열사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게임산업 축으로 콘텐츠모바일 플랫폼 개발 진행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은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2010년 이전까지도 게임업계에서 권 회장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하물며 권 회장이 창업한 스마일게이트는 일반인에게 더욱 낯설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 지난해의 경우 게임업계에서 영업이익 규모가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026억원을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기업으로 손색이 없는 수치다.

권 회장의 고향은 천년도시이자 문화예술의 도시인 전주로 알려졌다. 유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린시절 권 대표의 꿈은 과학자였다. 초등학교시절 장래희망란에 '과학자'라고 적어냈다고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과학자가 될 것이란 꿈은 놓지 않았다. 다만 고등학교 때에는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권 회장이 이과보다는 문과에 더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이과를 선택한 권 회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권 회장은 “최종적으로 과학자가 된 건 아니었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 공학을 전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그 때의 선택은 인생에서 큰 결정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고 회고했다.

전자공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권 회장은 부전공으로 컴퓨터 공학을 이수했다. 권 회장이 컴퓨터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탁월한 결정이었다. 권 회장은 컴퓨터 공학을 부전공으로 이수하고 컴퓨터 동아리 활동하면서 창업에 필요한 값진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빌 라레알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권 회장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소양을 갖추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권 회장은 “당시 라레알 교수는 미국 공대생들이 사용하는 최신 교재로 수업을 이끌고,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과 시험을 진행해 당장 활용이 가능한 살아있는 지식을 심어줬다”며 “지금도 라레알 교수가 내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매일 전산실 문 닫을 때까지 남아서 고민하던 때가 떠오른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권 회장은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멤버쉽에 선발돼 좋은 기회를 잡았다. 8기 멤버십 회원으로 선발되면서 그는 삼성전자에서 연구실 등을 지원 받으며,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를 발판으로 권 회장은 대학 졸업 후인 1999년 e러닝업체 포씨소프트를 창업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곳곳에서 생겨나면서 사업자체가 어려워졌다. 결국 2001년 포씨소프트를 뒤로하고 떠났다. 첫 창업에서 실패의 쓴 맛을 경험했지만 권 회장은 굴복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02년 게임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를 세우고 본격적인 게임사업을 전개했다.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마침내 2006년 온라인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내놓는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 같은 기대감은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국내 FPS 게임시장은 네오위즈게임즈와 넥슨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스마일게이트의 게임은 관심 밖이었다. 포털사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이 또한 포탈사가 계획을 접으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금난까지 심화됐다. 수년간 마땅한 수익모델없이 게임개발에 집중하다보니 회사 통장의 잔고까지 텅텅 비었다. 권 회장은 곳곳으로 자금을 구하러 뛰어다녔다. 다행히 한 투자자문사가 스마일게이트의 비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권 회장은 마지막 승부수로 중국시장을 노크했다. 문제는 해외시장 진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마케팅 능력과 자금력이 큰 부담이었다. 이 때 손을 잡아 준 곳이 네오위즈게임즈였다. 당시 네오위즈게임즈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잘나가던 기업이었다. 2008년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게임즈, 텐센트 3사 간의 계약을 맺고 중국에 크로스파이어를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비스 출시 2년 뒤인 2010년 8월 동시접속자가 200만명을 기록했다. 이어 2011년 8월에는 300만명으로 늘어났고, 2012년 8월 4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동시접속자 600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너무 힘든시기에 몇 번씩이나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던 권 회장이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결실이었다. 현재 스마일게이트는 선데이토즈 인수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설립 등 1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월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의 지분 20%를 1200억원에 인수했고, 아프리카TV가 보유한 온라인게임 ‘테인즈런너’의 사업권을 30억원에 넘겨 받았다. 또 스크린골프 ‘지스윙’의 개발사인 게임소마의 지분을 인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요즘 권 회장은 또 하나의 목표를 설정했다. 향후 스마일게이트의 색깔을 ‘글로벌 종합엔터테인먼트’로 변신을 시키는 작업이다.권 회장은“글로벌 시장에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고, 혁신을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시점이 도래했다”며 이같은 목표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상태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게임개발을 기본 축으로 콘텐츠 유통, 모바일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권 회장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권 회장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조심스럽게 해오던 사회 사업을 보다 큰 철학과 원칙을 갖고 진행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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