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변호인이 증인 못보게 가려도 증언 유효" 첫 판결…'칠성파' 두목 유죄 확정

입력 2015-06-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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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나 변호인이 증인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법정 진술도 유효하다고 본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피고인과 대면하게 되면 정상적인 진술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이 증인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차폐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칠성파' 두목 한모(48)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한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차폐시설 설치가 필요한 대상을) '피고인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요건이 충족되면 피고인 뿐만 아니라 검사와 변호인, 방청인 등에 대해서도 차폐시설 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변호인에 대해서까지 차폐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경우, 피고인과 변호인은 증인이 증언하는 모습이나 태도를 관찰할 수 없게 돼 반대신문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이미 인적사항에 관해 비밀조치가 취해진 증인이 변호인을 대면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증인과 변호인 사이에 차폐시설을 설치하고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소송지휘권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1심 공판기일에 출석한 진술자들이 변호인과 대면할 경우 신분 노출 가능성이 있어 가명 진술자와 변호인 사이에 차폐시설을 설치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부산의 유명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한씨는 2011년 6월 조직원들을 시켜 라이벌 폭력조직 '신20세기파' 조직원 이모씨를 집단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한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 등 6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고 당시 칠성파와 다른 폭력과의 대치상황, 가해행위 지시 내용 등에 관해 진술하도록 한 뒤 증거능력을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한씨가 보복할 것을 감안해 한씨는 물론 한씨의 변호인도 진술자를 볼 수 없도록 차폐시설을 설치한 상태에서 증언하도록 했다.

한씨는 항소심에서 이러한 증언절차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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