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SK C&C의 합병으로 SK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합병이 상대적으로 SK C&C 주주에 유리하게 결정됐다는 것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은 9일 “이번 합병은 절차상 법적 하자는 없으나 일부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있다”며 “합병비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사주 소각 공시 시점과 합병 전후 주주권익 측면에서 SK주주의 권익이 상대적으로 열위”라고 분석했다.
지난 4월 20일 SK와 SK C&C는 각각 1대 0.74의 합병비율로 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같은 날 SK C&C는 자사주 600만주(지분율 12.0%) 소각 결정을 공시했고 SK는 자사주 1118만주(지분율 23.8%)에 대한 신주 미발행을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신주 미발행은 자사주 소각과 같은 효과를 낸다.
대신경제연구소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자사주 소각 공시시점이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SK C&C와 SK의 자사주 소각과 신주 미발행은 합병공시 당일 발표돼 그 효과가 주가에 미리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며 “"자사주 소각 공시가 합병공시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 C&C 자사주 소각은 4월 27일 완료됐고 SK의 자사주 소각 효과는 합병기일인 8월 1일에야 나타난다. 또 SK C&C의 자사주 소각 주식의 지분율보다 SK의 신주 미발행 관련 주식의 지분율이 더 높다. 이를 고려할 때 자사주 소각 효과가 SK 주주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대신경제연구소는 설명했다.
합병 이후에도 SK C&C 주주가 유리하다. 연구소에 따르면 SK C&C 주주분의 총 현금배당금은 880억원에서 합병 후 986억원으로 12.0% 증가하지만, SK 주주분의 총 현금배당금은 894억원에서 788억원으로 11.9% 감소한다. 합병법인에 대한 의결권 지분도 SK C&C 주주는 46.9%에서 55.6%로 늘지만 SK 주주는 53.1%에서 44.4%로 줄어든다.
한편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형적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안정적으로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합병전 SK와 SK C&C에 대한 최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0.02%, 32.9%이다. 합병법인에 대한 최 회장의 지분은 23.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 일가의 지분을 합치면 대주주일가의 지분비율은 30%를 넘는다.
대신경제연구소는 “SK 주주의 권익 침해를 상쇄하기 위해 합병 후 새로 발생하는 자기주식에 대한 일부 추가 소각을 제언한다”며 “규모는 이번 합병과 관련된 주식매수청구 지급금액 한도액 1조원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