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한 언론은 A 기업이 중간배당을 전년보다 5~10배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로 인해 A기업의 주가는 크게 뛰었고 거래량은 급증했다. 그러나 중간배당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조회공시 대상이 아니었다. A회사는 보도자료를 이용해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조회요구 없이도 기업 스스로 잘못된 보도ㆍ풍문에 대해 자율 공시로 적극 해명할 수 있도록 ‘자율적 해명공시’를 신설했다. 기업공시라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자율적 해명 기회를 줌으로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토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시 자율성과 능동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공시체계가 열거주의에서 단계적 포괄주의로 이동하고, 또 금융당국이 “공시에 대한 패널티 보다는 기업들이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율공시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투자자에게 실효성 있는 투자정보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율적 해명공시가 보도나 풍문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간 기업들이 공시를 통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데 지나치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기업공시 제도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실무자들과 만나 “공시를 통해 기업 내부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인식이 성립되고 기업 내부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일 한국거래소는 장 마감 후 코스닥상장사인 오공, 이-글벳, 제일바이오, 일신바이오, 웰크론 등에 대해 주가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들 종목은 메르스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최근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무의미한 조회공시 요구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왔다.
하지만 거래소의 형식적인 조회공시에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답변공시를 통해 “주가급등의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고 관련주들이 연일 널뛰기하며 주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투자에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실제로 별다른 이유없이 주가가 급등한 경우도 많았지만, 마스크주인 오공과 웰크론은 메르스로 인한 마스크 매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고 특히 백신주와 바이오ㆍ제약주인 이-글벳, 제일바이오 등은 현재 메르스의 백신과 치료제가 없음에도 메르스 확산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 급등했다.
자율적 해명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은 풍문이 명백히 거짓이거나 부정확한 경우 상장법인은 즉시 부인하는 명확하게 답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영국은 언론의 추측 또는 시장의 풍문이 △대략적으로 정확하고 △그 정보가 기업 내부정보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 상장법인은 지체 없이 해명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는 기업 내부의 경영의사결정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어서 주가 급등 사유가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 변동 사유에 대해 공시를 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쉽사리 공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