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요금제 후폭풍②-1]데이터 요금제로 보는 통신사의 전략

입력 2015-06-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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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석준 커넥팅랩 편집장, <사물인터넷> <모바일트렌드 2014>외 저자

[편집자주]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가 출시 한 달만에 200만명을 돌파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데이터 요금제는 전 요금 구간 유무선 통화 무제한 제공을 기본으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정액요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동통신사의 낙전효과를 최소화하고 데이터 사용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휴대폰 사용 패턴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가입’을 할 경우 오히려 손해인 경우도 있어 꼼꼼하게 살펴봐야한다.

데이터 요금제로의 변화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전략도 크게 변화시켰다. 특히 음성과 문자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상당부분 사라지면서, 동영상이나 게임 등 데이터 사용을 장려하는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와 출범을 준비 중인 제4이동통신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데이터 요금제의 유무선 통화 무료 정책은 알뜰폰이 밀고 있는 ‘MNO 절반의 요금’ 전략을 사실상 무너뜨렸고, 더욱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 요금제 출시에 따른 시장 변화를 모바일 정보업체 커넥팅랩의 편석준 편집장의 기고를 통해 ‘소비자-통신사-알뜰폰(제4이통)’ 등 3개의 층위에서 순차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기고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 이후,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요금제는?

2. 데이터중심요금제로 보는 통신사의 전략

3. 데이터중심요금제가 알뜰폰과 제4이동통신사에게 미치는 영향

데이터중심요금제에 몇 가지 상식적인 의문을 가지면, 요금제 출시를 통한 통신사의 전략과 처한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데이터중심요금제에는 위약금3라 불린 요금할인 위약금이 없다. 기존 요금제에서는 월정액(기본료)이 있고 1년 또는 2년 약정을 하면 매월 요금할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약정기간 중에 해지를 하면 요금할인 위약금이 발생했다. 요금할인과 요금할인 위약금을 가장 먼저 없앤 것은 KT의 순액요금제였다. 요금제 이름이 "순액"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T와 LG U+는 요금할인와 위약금3를 유지해왔지만, 이번에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출시하며 모두 순액 형태로 전환했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요금할인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아이폰3GS를 필두로 한 고가의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면서부터이다. 당시에도 법령 차원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으로 보조금 규제를 하고 있었다. 이에 통신사들은 제2의 보조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요금할인 제도를 통해 할부원금 자체를 낮추지는 못하지만 요금제와 할부금을 합친 통신비를 방법을 택했다. 이 때문에 요금할인과 보조금은 개념적으로 전혀 다른 제도이지만 근원적으로 혼용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판매점에서는 요금할인을 통한 할부금 경감 식의 설명을 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 구분 고지’ 등을 규정한 단말기 유통법 7조 2항에서는 명시적으로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 약정 시 적용되는 요금할인액을 지원금으로 설명하거나 표시·광고해 이용자로 하여금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박아뒀다.

단말기 유통법이 맹위를 떨치면서 요금할인 자체가 유명무실화 됐을 뿐 아니라, 일본의 통신제도처럼 단말기 보조금과 요금할인 중 소비자가 양자택일 할 수 있는 데까지 나갔다. 최근 있었던 추가 요금할인 20% 이슈가 바로 이것이다. 결국 통신사의 요금할인 전략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단말기 유통법으로 보조금의 표준화가 찾아오면서, 이제 통신사는 요금상품을 포함한 통신서비스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서 두 번째로 물어야 할 것은, 가장 저렴한 데이터중심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왜 300MB인가 하는 것이다. 통신3사의 가장 저렴한 데이터중심요금제는 월정액 2만990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과 데이터 300MB를 제공한다. 기존 음성중심요금제에서 SKT는 가장 낮은 월정액에 550MB를 KT와 LG U+는 750M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저 요금제에 기존 음성중심요금제보다 낮은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것은 매출 하락의 문제 때문이다. 기존 음성중심요금제에서 음성무제한을 제공한 요금제의 월정액은 SKT가 5만1500원(전국민무한 69, 요금할인 반영 후 월정액/부가세 10% 제외. 이하 동일)이고, KT의 순완전무한 51과 LG U+의 음성무한자유 69는 5만1000원이었다. 데이터중심요금제에서는 음성무제한을 통신3사 모두 29,900원에 제공한다. 월정액의 차이는 KT와 LG U+ 기준으로는 2만1100원이 발생한다.

요금제를 선택할 때 음성사용량은 많고 데이터는 거의 쓰지 않았던 소비자는 예전에는 5만1000원의 월정액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2만9900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로 인한 통신사의 매출 변동은 다른 고려 사항도 많지만, 이것이 대표적인 매출 변수임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쓰던 고객 중 데이터 300MB 이하를 쓰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는 최대 17%로 추정할 수 있다. KT는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로 소비자 1인당 3590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언론에 보도했다. 소비자가 통신비를 절감하는 만큼 통신사에게는 매출 하락이 발생한다. 기존에 5만1000원을 내고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했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음성무제한을 제공하는 2만9900원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가입자당 발생하는 매출 손실은 월정액 차액 그대로인 2만1100원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체 가입자 기준의 매출 손실은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만1000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한 비중은 35%로 추정되는데, 이 비중을 감안하면 음성무제한을 희망하는 가입자가 100% 데이터중심요금제로 가입해도 인당 매출 손실은 7385원(7385원=2만1100원*35%)이 된다

또 당연히 모두가 2만9900원 요금제로 갈아타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일정하게 쓰는 소비자에게는 요금제 선택 시 데이터 제공량도 고려 대상이기 때문이다. 100% 이동인 경우의 인당 매출 손실은 2만1100원이고 KT는 3590원이라고 발표했으니, 음성무제한 가입자 중에서 데이터를 300MB 이하를 쓰는 사람은 17%가 되는 것이다(17%=3590원/2만1100원). 물론 이 역시 300MB 이하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모두 요금제를 갈아타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휴대폰을 새로 개통하는 사람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기존에 개통했던 사람들은 데이터중심요금제가 무엇인지 모를 수 있고, 또 알았다고 해도 바쁘거나 귀찮아서 확인해보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자의 합리성의 정도에 따라 인당 매출 손실은 추정한 최대 금액보다 작아질 수 있다.

요약하면 데이터중심요금제는 가장 낮은 월정액에서도 음성무제한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에 더 비싼 월정액을 내고 음성무제한을 쓰던 가입자들이 요금제를 바꿀 수 있다.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데이터 제공량인데, 낮은 월정액의 데이터음성중심요금제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낮은 월정액으로 내려올 기존 음성무제한 가입자가 많아진다. 그래서 통신3사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최저 요금제에 데이터를 300MB만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존의 최저 요금제에서처럼 550MB나 750MB를 제공했다면 낮은 월정액의 요금제로 바꾸는 가입자의 비중이 최대 추정치 17%보다 커져 매출 손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요금제에 의한 매출 손실은 보조금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고정적 손실이다. 이로 인해, 예정된 매출 손실은 단말기 보조금 상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 이후 통신사의 단말기 보조금 변동 건수는 크게 줄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제는 단말기 보조금보다는 추가 요금할인 20% 같은 프로그램이나 데이터중심 같은 요금제에 더 집중하도록 만든다. 보조금과 무관하게 요금제 등의 통신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단말기 유통법 제5조인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에서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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