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악전고투 한국경제, 또하나의 복병

입력 2015-06-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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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산업국 산업1팀장

우리 경제에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장이 심상치 않다. 올해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기대를 품었던 산업계는 메르스가 또다시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는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가 발병한 지 보름이 훌쩍 지나서야 이른바 ‘메르스 병원’ 24곳과 확진 환자들의 동선을 공개했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단체가 각각 따로 놀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불안감이 증폭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반응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우려스러운 점은 관광객과 가계소비가 줄어들어 내수 침체가 깊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는 완전히 가라앉은 우리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은행의 경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대로 끌어내리는 등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여러 선행 지표들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 동향을 보면 5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액은 올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5월 수출액은 423억92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0.9% 감소했다.

우리 기업들은 수출 전선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켜진 경광등은 연일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수출 효자품목인 전자·자동차·정유·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업황부진·환율불안에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파상 공세에 점유율이 역대 최하로 떨어졌고, 해외시장에서는 엔저 등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뒷걸음질했다. 더 큰 문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사 대부분의 판매량은 증가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자 주식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최근 한때 현대차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해 충격을 줬다.

전자업계도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샤오미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애플, 화웨이 등에도 밀리고 있다. 인도 시장은 올 1분기 점유율 27.8%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3.3%보다 5.5%포인트 하락했다.

산업계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지만, 정부는 경기회복의 불씨가 남았다며 자위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불씨마저도 메르스 앞에서 힘없이 꺼질 조짐이다. 단체 행사, 대형 마케팅이 연기, 취소되는 등 메르스는 이미 기업 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세월호 악몽이 재연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메르스 사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국력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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