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스크 금지령’ 서비스직의 비애

입력 2015-06-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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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산업국 정보통신팀 기자

나라 전체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기업들은 서비스직 직원들에게 ‘마스크 금지령’을 내렸다. 고객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하루에도 많게는 수백명의 사람을 응대하고, 이들의 신분증과 휴대폰을 만지며, 수백만원의 돈을 세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위생 복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메르스 환자가 8일 기준 87명을 기록하고 있다. 6월 중순부터가 2차 메르스 확산을 막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통가를 비롯한 휴대폰 매장, 대중교통 등 서비스직 종사자의 얼굴에 마스크를 쓴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 KT 직원들은 지난 5일 메르스에 특별히 유의하라는 본사의 공문을 받았다. 그리고 매장에는 또 다른 지시가 구두로 내려갔다. 고객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안심하고 상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고객들의 눈에 잘 띄도록 붙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지시를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내렸다.

대형 유통점과 KTX, 항공, 택시, 버스 등 일선 서비스 직군들에게도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지시가 내려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강한 추측이다. 마스크는 곧 메르스 오염지역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기업의 이 같은 지시는 ‘워킹맘’에게 특히 가혹하다. 엄마를 메르스 감염의 최대 위험군에 밀어넣는 꼴이다. 메르스 확산의 조기 차단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부응해 대다수 어린이집과 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지만 모두 헛수고가 된 셈이다. 어린아이를 둔 직원들에게 특별 휴가는 고사하고 마스크 금지령을 내리는 우리나라의 기업. 잔혹한 것인지, 미개한 것인지 의심케 한다.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다.

서비스직 종사자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당연한 권리를 기업이 박탈하면, 정부라도 나서서 한 마디쯤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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