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산업국 정보통신팀 기자
메르스 환자가 8일 기준 87명을 기록하고 있다. 6월 중순부터가 2차 메르스 확산을 막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통가를 비롯한 휴대폰 매장, 대중교통 등 서비스직 종사자의 얼굴에 마스크를 쓴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 KT 직원들은 지난 5일 메르스에 특별히 유의하라는 본사의 공문을 받았다. 그리고 매장에는 또 다른 지시가 구두로 내려갔다. 고객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안심하고 상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고객들의 눈에 잘 띄도록 붙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지시를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내렸다.
대형 유통점과 KTX, 항공, 택시, 버스 등 일선 서비스 직군들에게도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지시가 내려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강한 추측이다. 마스크는 곧 메르스 오염지역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기업의 이 같은 지시는 ‘워킹맘’에게 특히 가혹하다. 엄마를 메르스 감염의 최대 위험군에 밀어넣는 꼴이다. 메르스 확산의 조기 차단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부응해 대다수 어린이집과 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지만 모두 헛수고가 된 셈이다. 어린아이를 둔 직원들에게 특별 휴가는 고사하고 마스크 금지령을 내리는 우리나라의 기업. 잔혹한 것인지, 미개한 것인지 의심케 한다.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다.
서비스직 종사자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당연한 권리를 기업이 박탈하면, 정부라도 나서서 한 마디쯤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