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ㆍ송파 일대 전시장 “손님 줄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한 국내 완성차업체의 판매 대리점 영업사원 김모(32)씨는 5일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6월 들어 판매부진이 심상치 않다”며 “이러다 대리점 계약이 해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부에서는 크다”고 털어놨다.
메르스가 국내에서 확산되면서 자동차업계의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구매상담, 계약체결과 같은 대부분의 과정이 영업점에서 이뤄진다. 대인 접촉을 피하게 되는 메르스 때문에 이 곳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4일 오후 7시께, 강남구 삼성동의 A수입차 영업점에는 단 한 명의 고객도 보이지 않았다. 차를 둘러보는 고객 대신 영업사원 한두 명 만이 책상에 앉아 있었다. 조명을 받은 자동차만 번쩍거릴 뿐 이를 둘러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창문 밖에서만 서성거렸다.
이모(36) 영업사원은 “평소 같으면 퇴근하다가 들르는 고객이 많지만 오늘은 퇴근 시간 이후 아직 찾아온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의 국산차 영업점도 한기가 돌았다. 이 곳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대치동이 바로 옆 동네 아니냐”며 “주민들이 학교도 휴교시키면서 난리인데 이 곳에 손님이 오겠냐”고 되물었다.
메르스가 불안하기는 고객 뿐 아니라 영업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입차 영업사원 최모(28)씨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마스크를 쓸 수 없다”며 “괜히 전염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특히 국산차 판매 대리점들의 걱정은 더 컸다. 최근 현대차, 한국지엠 등 일부 국산차업체의 내수판매는 부진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대리점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영업현장에서는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로 판매가 또 한 번 곤두박질치면 대리점 규모의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6월은 하반기 자동차 판매 성수기로 접어드는 징검다리”라며 “이 기간에 판매가 크게 떨어지면 연간 판매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는 메르스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생산공장에 메르스 예방 수칙이 담긴 포스터와 공문을 배포했다. 이 회사는 또 9일부터 3박 4일간 제주도에서 열기로 한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연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련회를 언제 다시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들도 6월 예정된 신차발표회나 고객 행사의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고객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