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규정개선 불구 수련환경 여전히 열악”

입력 2015-06-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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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조사결과, 주 80시간 초과가 절반

주 80시간 초과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주 80시간 넘게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휴식 없이 연속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도 상당수고 연차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등 전공의 수련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최재욱)가 4일 의료정책포럼에서 공개한 ‘2015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전공의가 52.9%(88시간 초과 44.7%)로 응답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 100시간을 초과한다는 응답도 27.1%로 나타났다.

25개 수련과 중 14개가 평균 100시간을 근무하고 있으며, 외과계열이거나 연차가 낮을수록 주당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을 초과한다는 응답이 76.9%(40시간 초과 65.5%)로 주당 근무시간 상위 5개과는 평균 168시간을 연속해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무하는 이유로 병원·의국의 암묵적 압박(36.2%), 직접적 지시(25.2%)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응급실 수련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한다는 응답이 64.5%(24시간 초과 9.4%)였다. 당직일수가 주 3일을 초과한다는 응답이 25.4%였으며, 당직수당도 월 30만원 미만이 52.9%, 야간 5만원 미만 57.3%, 휴일 5만원 43.4%로 매우 낮은 임금으로 전공의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이 1일 미만인 전공의가 34.7%이며, 휴일이 전혀 없다는 응답도 21.6%였다. 연가는 14일 미만이라는 응답이 70.2%를 차지했는데,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대체인력 부족, 업무량 과다, 암묵적 압박 등으로 조사됐다.

규정 이외에도 학술활동시간은 주 5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53.3%로 나타났다. 공식당직표와 실제 당직일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4%로 나타나 표준안에 따라 제출하라는 지시(62.4%)로 인해 허위로 당직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해 성희롱 경험 33%, 성추행 경험 13.7%, 언어폭력 경험 86.3%, 신체폭력 경험 30.5% 등 각종 폭력 및 폭언에 시달리고 있었다.

열악한 전공의 수련·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4년 7월 전공의 수련규정 개선책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당시의 조치사항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전공의 혹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수현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공의 수련근무여건의 보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현실을 고려한 기준과 시행방안 적용을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수련환경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 평가기구를 마련할 것 ▲의료공백을 대체할 의료인력의 충원과 이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부 재정 보상 방안을 강구할 것 ▲정부지원 등 실행이 전제된 규제와, 이해 당사자들 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수련 병원 및 전공의 대상 교육 및 홍보를 시행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한편 설문조사는 지난 3월 9일부터 3월 22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돼 총 1793명의 전공의가 응답했다. 수련시간의 준수 여부(주당 수련시간, 최대 연속 수련시간, 응급실 수련시간, 당직일수, 당직수당, 휴일, 연가 등), 근무조건의 제도화(공식화) 정도, 대인관계 등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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