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현재 메르스는 병원내 아웃브레이크 상황…지역사회 대유행 가능성 낮다”

입력 2015-06-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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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노출 안된 병원 보호전략 세워야…공기 매개 감염 가능성에 대해선 선그어

(사진=연합뉴스)

“지금은 메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의료기관내에서 발병하고 있는 상황으로 병원 내 아웃브레이크 상황이 여러 개 병원으로 확산됐다고 인식하면 됩니다. 현재까진 메르스가 지역사회 내에서 번지는 양상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메르스 발병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홍콩에서는 감염자의 20%가 의료진일 정도로 병원 내 감염이 심했다”며 “메르스의 경우도 병원에서는 감염률과 전파력이 훨씬 높지만, 지역사회 내에서의 감염률과 전파력은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재갑 교수는 “최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을 때 조금 더 광범위하게 긴밀 접촉자를 정의내리고, 긴밀 접촉자 대상을 한 병실이 아니라 한 병동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랬다면 지금처럼 메르스가 퍼져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르스에 노출이 안된 병원에 대한 보호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환자 본인이 메르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단을 받으려고 병원으로 이동하게 될 경우, 해당 병원의 일부 의료진은 14일동안 진료를 못하게 돼 병원의 치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병원의 의료기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메르스에 노출되지 않은 병원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며 “지금 거점병원을 지정해 환자들을 분산시키고 있는데, 이들 병원도 일반 환자들도 받고 있는데다 격리실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은 만큼 국가에서 지정한 병원 한 곳으로 환자들을 모으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사스 발생 당시 경험 덕분에 개별 병원의 대응 능력 자체는 뛰어난 상황인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면 병원 내 아웃브레이크는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중동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메르스 환자로부터 노출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할 경우 격리 병동으로 올리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다”며 “현재는 병원내에서 환자 발생을 최소화시키고 메르스에 노출된 환자들이 빨리 진단을 받아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건 당국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해서 메르스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 명단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병원 명단이 공개되면 병원 내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치료를 못받게 되고, 그럴 경우 병원의 기능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메르스에 특화된 대응 시나리오가 현재 적용 중에 있다”고 진단했다.

천병철 교수도 “병원 이름을 공개 못하는 당국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다”며 “다만 다른 병원으로의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선 의심환자가 어느 병원을 거쳐왔는지 적어도 의료진에게는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기를 매개로 한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천 교수는 “메르스는 공기 매개 감염보다는 일반적인 병원 내 감염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며 “공기 매개 감염 가능성도 100% 배제할 순 없겠지만, 현재까지 유형 양상을 봤을 때 공기 매개 감염이 아니라 병원 내 감염인 만큼 병원 내 관리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지 않다는 것이 대전제”라며 “메르스는 사스처럼 전염력이 높지 않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병원에서 일어난 메르스 감염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메르스의 경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절대 전염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사스 아웃브레이크 때에도 접촉자들을 격리하지 않았는데, 현재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관찰 대상자가 1000명이 넘은 상황에서 이들을 다 격리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이를 감염자별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모란 국제암센터 교수에 따르면 메르스 치사율은 30.4%로 1018명의 메르스 감염 환자 중 309명이 사망했다. 이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1차 감염자의 치사율은 35.8%에 달했지만, 2차 감염자의 경우 17.9%에 그쳤다. 또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진은 치사율이 5.7%에 불과했다. 특히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치사율이 12.3%였지만, 반대의 경우 45.2%로 크게 뛰었다.

이 교수는 “만성 질환자나 고령인 환자는 치사율이 40~50%에 달하지만, 반대로 건강하고 젊은 환자의 경우 치사율이 10% 아래로 떨어진다”며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중환자 치료방법을 동원해서 면역력을 회복시키고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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