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승계 대해부] 신세계, 힘 잃은 계열분리설… 정용진 부회장 ‘통합승계’ 유력

입력 2015-06-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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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해도 대기업 규제 못 피해… 백화점+마트 시너지 효과도 사라져

신세계는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가장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는 그룹 중 하나다. 신세계그룹은 10년 전인 지난 2005년 말 기준 계열사 14개를 거느렸다. 자산규모(공정자산 기준)는 7조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계열사 늘리기로 지난해 말 현재 계열사 29개에 자산규모만 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새 그룹의 덩치가 무려 4배가 커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명희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에 대한 브레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신세계의 향후 후계자로 정용진 부회장이 오래전부터 사실상 낙점됐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과거형 계열분리설 = 시장 일각에서 보는 신세계의 계열분리 구도는 이마트 등 할인점 부문을 정용진 부회장이 맡고 정유경 부사장이 백화점 사업을 맡는 경영 승계구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뤄진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작업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신세계와 이마트가 사업형 지주사 형태의 독립된 지배구조를 구축하면서 남매간의 계열분리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명희 회장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에게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은 물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명희 회장의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 문제 등으로 지배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을 감안한 지주사 전환 시도 여부도 관심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을 분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은 지주부문과 사업부문 신설 회사들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또 사업부문 주식을 지주부문 주식과 교환하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지주부문 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 남매-지주부문-사업부문-사업부문 자회사 등의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정용진 부회장 통합 경영 유력 = 신세계의 계열분리설에는 기존 재벌가에서 나타난 계열분리 작업을 통한 학습효과적인 부분이 많다. 국내 재벌들이 형제간 공동경영의 경우 분쟁이 많았다는 점과 삼성가도 지분 상속 이후 바로 계열분리가 이뤄진 점이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공정거래법과 그룹의 사업 형태를 보면 남매간의 계열분리는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기존 재벌가에서는 형제간의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분리를 원하는 형제가 실탄을 마련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기회가 있었다. 오너가가 설립한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고속 성장이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실상 현재의 법규 체제 안에서는 그룹 차원의 회사 기회를 이용해 개인적인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막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덩치가 큰 그룹의 경우 친인척 계열분리에 따른 법적인 메리트가 전혀 없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자산규모 5조원을 기준으로 일괄된 대기업 관련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27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그룹이다. 신세계와 이마트로 남매간 지배구조가 쪼개져도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기업집단 규제는 피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이명희 회장의 지분이 남매에게 넘어가더라도 그룹 전체의 경영권은 정용진 부회장 체제로 꾸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기존 계열분리설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국내 대형 유통그룹들이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을 분리해 경영하기보다는 동시에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복합형 유통사업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신세계와 이마트의 남매간 독립 경영을 통한 사업적인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신세계와 이마트 분할 이후 맡고 있는 직책은 향후 남매간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세계와 이마트 분할도 정용진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대표이사를 맡던 시기에 이뤄진 사안이다. 게다가 정용진 부회장의 직무가 ‘총괄 부회장’이다.

이에 따라 정용진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권과 경영권이 승계되고 정유경 부사장은 그룹 경영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친인척 계열분리 자체가 그룹 전체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부담 요인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과거 대기업에서 나타난 형제간의 갈등만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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