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발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6월 1일자로 인하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높은 관세 때문에 자국 소비자가 해외 원정 쇼핑을 하는 경우가 늘자 소비 환기 차원의 특단의 조치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수트와 모피 의류, 신발 등의 관세는 평균 50% 인하하고, 화장품은 5%에서 2%로, 기저귀는 7.5%에서 2%로 각각 인하된다.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7%로 6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정부가 기존에는 관세를 인하하면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했지만 경기가 한층 더 둔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수입 관세나 소비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여행 시 기저귀에서 핸드백까지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중국 내 일부 사치품 가격은 해외보다 20% 정도 비싸다. 위안화 강세도 중국인들의 해외 원정 쇼핑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해외 여행 시 지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650억 달러에 달했다.
일부 전문가는 관세를 인하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시장조사업체인 민텔그룹의 린다 리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관세 인하로 수입품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에는 희소식이다”라고 말했다. 민텔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여행을 한 중국인 중 생필품과 화장품을 구입한 사람은 90%, 의류·신발류는 85%, 이유식 등 유아용품은 64%에 달했다.
HSBC 소비자·유통 조사 부문의 어완 람부르그 부장은 중국의 관세 절감에 관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와 런던의 해롯백화점, 홍콩의 쇼핑몰 사업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를 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의 이번 관세 인하 조치는 홍콩에게는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다. 홍콩은 옛날부터 중국 소비자들의 면세품 쇼핑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람부르그 씨는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쇼핑 여행을 하고 있어 홍콩 경제는 타격을 입었다. 홍콩에선 반중 시위와 중국인 여행객의 급증에 불만을 품고 있고, 홍콩 달러가 페그되어 있는 미 달러화의 강세 등으로 본토에서의 쇼핑객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