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금연정책, 이제는 정책 효용성 우선 고려해야

입력 2015-05-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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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평택대 교수

“여러 식물 중에 사용함에 이롭고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는 남령초(현재의 담배)만한 것이 없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홍재전서’에 남긴 글귀다. 애연가였던 정조도 오늘을 살았다면 건물 뒤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웠을는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금연이 화두다. 세계보건기구는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지정하고 금연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금연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도 첨예하다.

금연론자들은 ‘담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전 국민을 모두 비흡연자로 만들려는 듯 흡연자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흡연자들의 반론은 궁색해 보이기만 하다. “내가 내 돈 내고 거기에 세금까지 더 내며 피우는 담배에 대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은 입도 뻥끗하기 힘들다,

궁극적으로 우리사회가 담배 없는 세상을 지향하더라도 금연정책이 ‘현실’과 ‘과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담배가 불법이 아닌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금연정책을 몰아붙여서는 후유증이 따른다.

금연 정책은 비흡연자를 흡연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는 비흡연자인 필자의 절실한 기대 사항이기도 하거니와 금연 정책의 효용성을 높이고, 비흡연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정부는 흡연구역이나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예산은 핑계 거리가 되지 않는다. 일본은 많은 예산 없이도 흡연부스를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채용했다. 예컨대, 흡연자들이 요금을 내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했으며, 예산의 일부분은 버스에 부착하는 광고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연 캠페인은 분명 긍정적 요소가 많다. 그렇지만 사회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전시행정과 탁상행정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오히려 그 피해는 모든 국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으로 돌아옴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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