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회복보다 ‘유동선 변화’가 더 중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경제 개선보다 위험자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4일 “ECB 양적완화 이후 유로존 경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면서도 “유로존 경기회복이 한국경제 또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지금까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유로존 경기 회복의 확장 여부는 ‘수출입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경기가 개선됐지만 유로존의 수입은 증가하지 않았고 무역상대국인 한국과 중국의 대유로존 수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며 “제조업 등이 호전된지 이미 수 개월이 넘었고, 유로화 약세에도 수출입 데이터는 이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어 유로존 경기회복의 확장성에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오히려 유로존 경기 개선과 전세계 위험자산 가격상승이 거의 동일한 시기에 진행된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자산 가격 상승은 양적완화로 인한 유로존 경기회복때문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스’가 직접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ECB 양적완화 실시 후 유로존의 대출 여건은 눈에 띄게 개선됐고 가계 및 기업부문으로의 대출도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이 민간부문으로 대출한 자금액은 ECB 국채매입 규모의 20~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즉, ECB 양적완화 효과가 실물 경기보다 자산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유로존의 경기개선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따른 ‘유동성 변화 여부’에 주목해야한다고 박 연구원은 강조했다. 유동성 흐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그리스 문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취약 신흥국(러시아, 브라질 등)의 리스크 확대 등이 있다. 이 문제들이 부각되면 유동성 흐름이 선진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변화가 오더라도 한국은 경상흑자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원화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 있어 초기 충격이 다른 국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연초 이후 해외자본 유입이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에 큰 기여를 했고, 외국인 유동성의 유입이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보다 외국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면 향후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