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연출가 “어느날 찾아온 젊은 안중근… 그것이‘영웅’의 시작”

입력 2015-05-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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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거, 뮤지컬로” 한 젊은이의 간곡한 부탁서 출발… 다시 그를 찾았지만 이미 세상 떠나

“한 열혈 청년이 나를 찾아왔다. ‘앞으로 5년 후면 의거 100주년인데 뮤지컬로 만들어 주시죠.’ 처음엔 무슨 소리냐 그냥 가라고 했다.” 안중근 의사의 신념을 무대로 생생히 옮긴 뮤지컬 ‘영웅’의 탄생 비화다. 최근 인터뷰에서 이를 회상하는 윤호진 연출(67)의 눈빛은 빛났다. “그 청년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가장 첫 번째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는가? 바로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다’라고 했다. 그 말이 좀처럼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비로소 뮤지컬을 만든 뒤에야 안중근 의사 기념 사업회 소속이던 그를 찾았지만, 그 젊은이는 심장마비로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윤 연출은 “아마도 젊은 안중근이 나를 찾아왔기에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렇게 윤호진 연출의 손에서 탄생된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초연 이래 세계 곳곳을 누볐다. 미국 브로드웨이 링컨센터는 물론, 지난 2월에는 중국 하얼빈시의 초청을 받아 환구극장에서 이틀간 4500명의 중국 관객과 만났다. “최근 연락을 받았다. 하얼빈시에서 중국어 버전 ‘영웅’을 만들어 상설 공연을 현실화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영웅’은 중국에서 통하는 콘텐츠다. 베이징 버전은 물론, 중국 투어 버전까지 계획하고 있다.”

앞서 ‘명성황후’를 통해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국내 뮤지컬의 흥행 신호탄을 울린 윤호진 연출이다. 1세대 뮤지컬 연출가이자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전설적 현역이다. 그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영웅’의 이번 프러덕션에도 과감히 손을 댔다. 보다 높은 완성도를 기하기 위해서다. 중국 소녀 링링의 죽음 장면이 보강되는 등 극 전개를 매끄럽게 했다.

특히 윤 연출은 녹음 반주(MR)에서 오케스트라로 바꾼 점에 대해 “재정적 원인이 아니다. ‘영웅’의 넘버에선 브라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에 강했는데, 최근 브라스의 실력도 무척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이브로 인해 현장의 생동감은 배가됐다. 또한, 넘버 ‘누가 죄인인가’ 이후 이어졌던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의 듀엣곡이 빠졌다. 이에 그는 “이토의 혼이 안중근의 감옥에 나타나 ‘나를 왜 쐈냐’고 하는 부분이다. ‘친일파냐,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넘버를 제외한다면, 안중근 의사의 사상이 ‘동양평화’를 통해 더욱 부각될 수 있겠더라. 실험적으로 시도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연출은 이번 무대에 서는 안중근 의사 역의 배우들에 대해 “적응력이 풍부하고, 보편성을 가진 정성화,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민영기, 섬세한 매력의 강태을”이라고 치켜세웠다. “배우들이 공연 10분 전 파이팅 콜을 할 때, 열정이 대단하다. 막이 오르자마자, 그 열기가 터져나와 관객이 압도당한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독립투사가 된 듯 임한다.” ‘영웅’이 애국주의적 감성에 호소한다는 일부 시선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어떻게 100%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겠나. 반면 애국을 한다고 해서 정부에 동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 70%의 관객만 긍정해 줘도 충분하다.” 뚝심으로, 카리스마로 지금을 일궈 온 그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몰입도 높게 즐기는 작품 ‘영웅’을 사랑한다. “계층, 세대 간 사회 갈등의 골이 깊다. (국외에서는) 테러리스트로만 안다. 평화사상을 구현한 선각자가 아닌가. 이를 널리 알리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의 혼이 와서 동기를 부여했고, 나는 성실히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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