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축제의 계절이다. 축제 만큼 공동체 의식을 보듬고 다독이는 수단이 또 있을까. 지난 주말에 올해로 39회째라는 김해가야문화축제에 인산인해를 이룬 것에 놀랐는데 지역 축제들이 대체로 그렇단다. 지역에서는 여전히 옛날 마을 잔치처럼 공동 체험의 장이 가능하다 싶었다. 그런데 축제의 내용과 질도 옛날 그대로였다. 지역 홍보와 이미지 제고, 경제적인 이익 창출 효과와 관광 교류 효과까지 지역 축제가 한 지역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창출 효과는 크다. 그래서 지역 축제도 혁신적인 수혈이 절실히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최근 지역 축제만큼 지역 뮤지컬도 많아지는 추세다. 지역 축제는 일회적인 이벤트인 반면 뮤지컬은 지속 성장 가능한 완성된 공연 콘텐츠라 지역 이익 창출 효과가 더 크다. 대구시가 만든 뮤지컬 ‘투란도트’는 중국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창작뮤지컬로 두 차례나 중국 도시들을 순회했다. 경기도도 창작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남한산성’ 등 화제 대작들을 선보여 왔고 경북 안동시가 만든 뮤지컬 ‘왕의 나라’는 이 달에 서울 국립극장에서도 공연한다. 안동시는 지역 창작뮤지컬 제작에 남다른 지역이다. 2009년에 고택관광뮤지컬 ‘사모’로 시작된 안동시의 뮤지컬 사랑은 실경수상뮤지컬 ‘부용지애’로 이어지더니 경상북도와 함께 ‘왕의 나라’라는 대작을 내놨다. 경북 고령군의 창작뮤지컬 ‘가야금’은 총 102명의 출연자 중에 90여명이 고령군민이란다. 그 외에도 각 지역을 알린 크고 작은 창작뮤지컬의 행렬은 의외로 길다.
지역 창작뮤지컬은 대체로 지역의 설화나 신화, 역사적 배경을 소재로 만들어져 대중적인 확산력이 강한 뮤지컬을 통해 쉽게 지역을 매력적으로 알리고 지역민들을 문화적인 자긍심으로 연대시키는 장점이 크다. 또 뮤지컬은 노동집약산업이라고 할 만큼 작품 제작에 투입되는 분야 별 전문 인력이 많고 또 현장예술인 만큼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다 보니 지역의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만약 공연 완성도가 높다라면 또 캐스팅, 공연 장소, 무대 메커니즘, 참여 스태프의 브랜드 가치에 따라 타 지역 공연 관광객 유발 효과까지 더해져 뮤지컬 한 편이 지역 홍보의 상징적인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그 경제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뉴욕시나 영국 런던시에 뮤지컬 관광 산업이 기여하는 역할은 상당하다.
여기까지는 지역 창작뮤지컬의 미래 비전이다. 그러나 지역 창작뮤지컬 한 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인 쟁점은 창작뮤지컬의 대본, 음악, 연출, 안무, 각 분야 별 디자이너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인력이 전국적인 뮤지컬 전문 인력인가, 지역 공연 인력인가 하는 점이다. 지자체 사업비에서 제작비를 충당하다 보니 지역 혜택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뮤지컬은 타 문화 장르와 달리 세계적으로도 10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상설 공연장이 밀집해 있는 5개 정도 도시만 뮤지컬시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특이한 대도시 집중 산업이다. 한국에서는 서울만이 유일한 뮤지컬 생산지이면서 시장이다. 지금 한국의 각 지자체 제작 창작뮤지컬이 태생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년 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으로 ‘투란도트’ 중국 공연을 추진하면서 또 이달 22일 막 올릴 김해가야테마파크 상설 뮤지컬 ‘미라클 러브’ 제작을 총괄 프로듀싱하면서 지역창작뮤지컬의 잠재력과 또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도 이 공연은 둘 다 지역 공연 인력이 소외된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뮤지컬로서 완성도와 지속 성장 가능한 생명력을 중요시여긴 시 관계자들의 소신에 의해 제작 창작 인력이 모두 전국적인 뮤지컬 전문가들이어서 뮤지컬로서의 기본적인 완성도와 경쟁력을 갖추는데서 출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지역의 전문 인력들이 인수인계해 지역 인력의 전문성 향상과 고용 창출 효과를 꾀하는 형태가 지역 창작뮤지컬 성장의 과도기적인 이 상황을 뚫는 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곧 개장할 김해가야테마파크의 상설 뮤지컬 ‘미라클 러브’는 지역창작뮤지컬의 또 새로운 시도다. 전국적인 뮤지컬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져 전국적인 뮤지컬 전문배우들에 의해 시연과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후 연중 상설 뮤지컬은 지역의 전문 스태프와 배우들도 전면 교체되어 진행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 장르를 확장하는 도전, 한국 최초로 연중 상설 뮤지컬을 가능하게 하는 도전이 신나서 ‘미라클 러브’ 제작을 맡아 총지휘하면서 어쩌면 한국 창작뮤지컬의 미래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