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헌 시장국장 겸 금융시장부장
1년 전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활기가 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건설사들이 분양해도 미분양이 많았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가격을 낮춰 급매로 내놓아야 거래가 이뤄졌다.
주택시장 장기 침체에 20여개 건설사가 부실화됐고, 빚내 집 산 사람들은 하우스 푸어가 돼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랬던 주택시장에 봄날이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정부도, 건설사도, 주택 소유자도 집 걱정을 덜었다. 건설사들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그동안 보류했던 신규 분양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는 왜일까. 주택경기 회복세가 지속했으면 좋겠지만, 국내 경제 상황과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우선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가장 큰 문제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머스 프레이 박사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저출산, 노령화’를 꼽았다. 실제 우리나라 평균 출산율은 2014년 1.25명으로 225개국 중 219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프레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이미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다며, 대안으로 인센티브 출산, 이민 관리, 수명 연장, 대리양육제도 도입, 로봇 채용을 제안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주택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현재 주택시장 활기도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들이 빚내 집을 구매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다. 주택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아져 수요자가 증가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기엔 기대 난망이다.
가계소득의 정체와 부채 증가도 주택시장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가계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상승했지만, 가계지출도 335만6000원으로 2.9% 증가했다. 벌어 봤자 쓰고 남은 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6.6%로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 집 살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단기적인 악재도 있다. 건설사들의 물량 폭탄이다. 지난 수년간 주택시장 침체에 경영난을 겪은 건설사들이 대규모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올 상반기만 11만 가구, 연간 4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시장 분위기가 좋은 만큼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이다.
주택시장 장기 전망은 밝지 않지만 최근 분양단지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모델하우스에 수만명이 몰리고 청약 경쟁률도 전에 볼 수 없이 높다.
주택시장 침체로 수년간 경영난을 겪은 건설사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빚내 주택을 구매한 서민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올 1분기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만 10조원이 늘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이고 2012년, 2013년 연간 증가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달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집 구매를 위해 빌린 주택담보 대출이다. 국내외 경제단체들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위험성을 경고한 지 오래다.
지난 3월 미국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우리나라를 ‘세계 7대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볼 때 가계부채가 임계치에 육박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 회복은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져 내수를 진작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또다시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건설사 부실화는 물론 가계 부실로 인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기우(杞憂)이길 바라지만 주변 여건이 좋아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