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교통사고와 혈액형

입력 2015-05-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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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것만큼 걷기를 좋아한다.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분노, 고뇌 등 온갖 감정의 찌꺼기를 날릴 수 있어서다. 숲길도 좋고 도심의 가로수 거리도 좋다. 자주 걷다 보니 이젠 자연의 작은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연둣빛 움을 틔우는가 싶던 나무가 어느 순간 녹색 잎으로 성장했다. 담록(淡綠)이 가장 고운 시기, 오월이다. 피천득은 수필 ‘5월’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고 표현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계절의 여왕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학창 시절 이맘때면 소풍을 갔다. 선생님,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단 김밥을 먹을 수 있어서 신났다. 지금이야 참치김밥, 치즈김밥, 불고기김밥 등 종류가 다양하고 김밥집도 지천이지만 1970~80년대엔 소풍날이나 운동회날 정도는 되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놈아, 소풍길에 구경이나 잘해! 공연히 제 시계만 들여다보다가는 구경도 못 하고 소풍 끝나." 천상병 시인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김밥에 시원한 맥주를 싸가지고 소풍 가기에 딱 좋은 시기다.

봄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아진 요즘 교통사고 관련 뉴스가 방송과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주말 3중 추돌사고로 경부고속도로 정체’ ‘자동차 충돌사고로 나들이 나온 일가족 3명 사상’ 등의 기사다. 그런데 ‘충돌’과 ‘추돌’을 잘못 쓴 기사들로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방송의 경우 뒤차가 앞차를 들이받은 사고의 자료화면 아래로 ‘운전 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충돌사고’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한다.

충돌과 추돌. 둘 다 부딪치는 것을 뜻하지만 방향의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해 써야 한다. 충돌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와 맞부딪치는 것을 의미한다.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음주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버스와 충돌하면서 운전자 등 세 명이 사망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추돌’은 자동차나 열차 등이 ‘뒤에서’ 들이받는 일을 말한다. 즉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차가 앞차를 들이받아 일어난 사고가 ‘추돌’이다. “고속도로로 갑자기 뛰어든 멧돼지를 피해 급정차한 자동차로 인해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외제차를 이용, 고의로 급정거해 추돌 사고를 유도한 보험 사기꾼 200여 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추돌사고는 이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월 11일 발생한 인천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가 국내 최대 규모의 추돌 사고로 기록됐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충돌의 충(衝)은 맞부딪치다는 의미, 추돌의 추(追)는 쫓다, 따르다는 뜻임을 생각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내친김에 자동차 사고 유형 중 전도와 전복도 살펴보자. 전도 사고는 자동차가 운행 중 옆으로 넘어진 것으로, 주로 세단보다 무게중심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볼 수 있다. 자동차나 배가 완전히 뒤집힌 경우는 전복사고다.

미국의 한 보험사는 혈액형에 따라 운전성향이 달라진다며 자동차 사고의 유형을 혈액형으로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그 결과에 따르면 A형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속도감을 통해 해소하려는 과속형, 주의력이 산만한 B형은 잔사고 다발형이다. O형은 자기보호 본능이 강한 대인사고 다발형, AB형은 잡념이 많아 충돌사고 다발형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고의 다른 요인들을 배제한 분석이어서 타당성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어찌됐든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나쁜 운전습관은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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