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단기방학의 풍선효과

입력 2015-04-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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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다니는 엄마(직장맘)는 늘 죄책감과 자기 합리화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오히려 강남 같은 곳에는 직장맘이 많다는데 기자가 사는 서울 변두리 동네엔 전업주부들이 많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남다른 편이라 그런 소식을 전해 듣고 불안과 죄책감이 엄습했다가 다시 자기 합리화를 했다가 하며 혼돈에 빠지는 건 예사롭다. 주중에 잡히는 공개수업이나 엄마들 모임에는 거의 못 가는 편이다. 사실 퇴근해서 그날의 숙제 검사와 준비물 챙기기, 시험공부 준비만 같이 하는 것도 벅차다.

여기까지는 흔한 직장맘의 불평.

올해부터 추가된 불만이 있다. 교육부가 도입한 5월의 봄방학, 이른바 ‘단기방학’이 단초가 되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2015 봄철 관광주간’과 맞물린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초 “국내 관광을 활성화가 내수 경기 진작과 일자리 창출이란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작년엔 세월호 침몰사고 때문에 홍보하지 못했던 관광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꽃 만발하고 날씨 좋은 5월1일부터 14일까지, 그리고 단풍 한창일 10월에 또 한 번 관광주간이 마련된다.

한국관광공사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손잡고 관광 상품은 애써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1만원에 템플 스테이를 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잔뜩 관광 상품만 만들어 놓아봤댔자 손님이 끓을 리 없으니 학교를 쉬게 했다. 문체부는 교육부와 협의해 관광주간 동안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단기 방학을 권장키로 했다. ‘권장’이라고 하니 강제가 아닌 것 같지만 사실상 강제다. 아이의 학교도 5월1일부터 6일까지 단기방학에 들어간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왔다.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부모들도 쉴 수 있게 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이 기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 기업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을 권장한다고도 했다.

이렇게 정부 부처간 ‘아름다운’ 협의도 되었고 노동자들도 학생들도 잠깐 쉬게 하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국내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지갑을 열게 한다면 정책을 내놓은 입장에선 흡족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시 행정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엄마가 전업주부인 경우 아빠만 연차 휴가를 내면 가족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경우 엄마와 아빠 모두가 같은 날 연차를 내는 일이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직업의 특성이라든지 회사 사정 등에 따라 휴가 사용 여부가 달라지니 말이다. 또 모든 가족이 일시에 떠나면 여행지는 또 얼마나 붐비겠는가.

양극화의 폐해 또한 나타나고 있다. 사는 규모가 그만그만한 기자가 사는 동네에서야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가족이 가끔 있을 뿐이지만 소위 ‘잘 사는’ 동네에선 상당수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한다.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을 갔다 온 가족과 아닌 가족간에 알게 모르게 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니 늘 관광수지는 적자다. 해외로 빠져나간 한국인 관광객의 지출 규모는 늘고만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개입해 해외 관광을 자제하고 국내 관광을 다니라고 강제는 커녕 ‘권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교육 시장이 성수기를 맞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학원에 아이를 맡겨놓기 때문이다.

앞뒤좌우를 고민하지 않고 코 앞만 내다보는 정책은 이렇듯 원하지 않았던 풍선효과(Balloon Effect)를 내기 마련이다.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불안해서인데 결혼하지 않은 이에게 싱글세를 매기겠다는 황당무계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고, 소득주도의 성장론이라는 원칙만큼은 가상하고 기업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쓰도록 하겠다 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그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소비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도 미지수다.

이번 단기방학엔 아이의 아빠가 하루를 쉬고 나머지는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시터)이 나머지 시간을 담당키로 했다. 엄마에 대한 아이의 불만은 아마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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