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엔화 환변동보험 가입 44% 급증… 장기화된 엔저로 환대응 의식 향상 의미
원ㆍ엔 환율이 800원대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키코(KIKO)사태로 인해 '헷지'에 두려움이 있었던 중소기업들이 지난해부터 환변동보험 가입을 크게 늘려가고 있어서다. 엔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의 환대응 의식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에 따르면 지난해 엔화 통화 기준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총 163개사로,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가입 금액도 전년 대비 19.2% 증가한 211억엔(한화 2089억원)을 기록했다. 가입업체 수와 실적이 모두 사상 최대치다. 환변동보험 가입에 인색했던 과거 중소기업들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 엔화 통화를 포함한 전체 환변동보험 가입 건수와 금액은 전년 대비 대동소이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엔화 통화 환변동보험 가입만 크게 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폭이 클 때만 환변동보험 가입 등 헷지 전략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과거 키코사태의 전례로 인한 두려움이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환 대응의 필요성을 크게 감지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전체 환변동보험 가입 실적이 변함이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지난해 엔화 통화 환변동보험 가입이 급증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엔화 통화 환변동보험 가입 증가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엔저 상황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엔저 상황이 대(對)일 수출 중소기업에게 상시적으로 인식되면서,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환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엔저 상황이 한순간 반짝하고 지나가는 이슈가 아닌, 장기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각인되면서 환대응 의식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도 무역보험공사를 앞세워 중소기업들의 환변동보험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원ㆍ엔 환율이 900원대까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환대응 역량 키우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무역보험공사 이천배 환위험관리팀장은 "중소 수출기업들에게 환변동보험은 엔저 장기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며 "환위험관리 컨설팅과 설명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환변동보험 이용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