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4월 24일 융융설설(融融泄泄) 여러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

입력 2015-04-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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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중국 춘추시대에 정(鄭) 무공(武公)이 죽은 뒤 장남 오생(寤生)이 즉위했다. 그가 장공(莊公)이다. 장공의 어머니 무강(武姜)은 낳을 때 고생이 컸던 오생을 미워하고 둘째 공숙단(共叔段)을 편애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공숙단이 왕이 되지 못하자 장공에게 졸라 나라에서 가장 큰 성을 주게 했다.

공숙단은 어머니의 총애를 업고 쿠데타를 기도했다. 장공도 알고 있었으나 참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공숙단이 도성을 공격하고 무강이 내응하기로 날짜를 정했다는 확실한 정보가 들어오자 토벌했다. 패주한 공숙단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공은 황천(黃泉)에 가기 전에는 결코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바로 후회했다. 영고숙(潁考叔)이라는 신하가 그 마음을 알고 “땅 밑에 큰 굴을 파면 샘물[泉水]이 나올 것이니 그게 바로 황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공은 곧 굴을 파게 한 뒤 그 안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큰 굴 속에 기쁨이 넘치는구나”[大隧之中 其樂也融融]라고 노래했다. 무강도 “큰 굴 밖에 즐거움이 퍼지네”[大隧之外 其樂也泄泄]라고 화답해 모자의 정이 이어졌다. 융융설설(融融泄泄)이라는 성어의 유래다. ‘춘추좌씨전’ 은공(隱公) 원년 조에 나온다.

성호 이익의 시 ‘이견대’(利見臺)에는 “자애로운 어버이와 아들이 만나/옛 은혜와 새 기쁨이 편안하고 화락하네”[慈猿哺烏共盍簪 舊恩新懽方洩融]라는 대목이 있다. 편안하고 화락하다는 예융(洩融)은 예예융융(洩洩融融) 또는 융융예예(融融洩洩)의 준말이다. 융융설설과 같다.

뜻은 같은데 왜 글자가 다를까. 훨씬 후대인 명나라 때 편찬된 ‘열국지’에 ‘춘추좌씨전’과 달리 泄泄(설설) 대신 洩洩(예예)로 쓰여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洩는 샐 설, 퍼질 예, 두 가지로 발음된다. 融融泄泄에 융융예예라고 음을 붙인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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