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은행예금을 탈출한 돈이 해외투자에 몰리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해외투자상품들이 올린 짭짤한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하지만 어떤 투자든 장점만 있는 법은 없다. ‘묻지마’식 해외투자는 기대 이하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해외투자상품 선택에 참고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정리했다.
◇투자성향-투자국가 ‘궁합’이 중요 =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조언은 어떤 시장이 급등했다고 해서 단순하게 추종하기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태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유한 자금의 성격이 고위험ㆍ고수익을 추구하는지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국가별 상황을 정확히 살피고 본인이 납득한 뒤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지역은 중국이다. 주식의 상승세가 거셌고 그에 따라 단기간에 너무 급상승한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너무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단기적으로 조정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익기대치 대비 주가수준이 아직 높지 않고 선강퉁 시행이라는 호재가 남아 있어 상승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현재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와 있다는 점은 고려대상이다. 금리 인상 논의를 할 만큼 현재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은 추가 상승 가능서을 점치게 하는 부분이다. 유럽의 경우 경기여건 자체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전망이 많다. 다만 지속적으로 양적완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장세에 따른 이점이 있다.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러시아, 브라질 펀드도 최근에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장점은 그간 워낙 주가가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이같은 신흥국은 올해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수익률만 갖고는 부족하다...과세체계ㆍ환율 살펴야 = 목표수익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정리했다면 과세문제를 짚어봐야 할 차례다. 해외상품의 경우 국내상품에 비해 세금체계가 복잡하고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때문에 자칫 기대 이하의 세후수익을 기록할 위험이 있다.
국내 주식매매차익이라든지 국내주식형펀드에서 발생한 차액은 비과세인 반면 해외주식형 펀드 투자로 얻는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대상이다. 수익이 2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1.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는 국내 펀드와 달리 해외 펀드에는 이익의 15.4%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형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30%의 수익률을 올린 경우 세금으로 462만~1254만원을 떼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주식형펀드로 20%의 수익률을 올린 것보다 최종적인 수익률이 낮아지는 셈이다.
여기에 환율변동이 생기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김 팀장은 “상품 중에는 환 헤지가 되지 않는 상품도 있고 되는 것 중에도 해도 부분적으로만 되는 것도 있다”며 “극단적으로는 해외투자에서 수익이 많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환차손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머징국가 투자시 환율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아울러 환매까지 걸리는 기간이 국내 상품보다 길다는 것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펀드를 환매한 뒤 현금화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짧게 3~4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소요된다. ‘오늘 A국가의 증시가 올라서 사고 싶다’거나 ‘내일 B증시가 떨어질 것 같으니 팔아야겠다’라는 식의 매매행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팀장은 “해외투자상품을 고르는 데 있어 투자성향, 투자대상국가, 과세체계, 환율 등의 요소만 체크해도 기대 밖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