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흥이 없는 세상에는 진화도 없다.

입력 2015-04-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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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세계중기학회 차기회장

어려울 때마다 우리를 지켜준 두 글자가 있었다. 이 두 글자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의 신화를 만들었다. ‘꿈’과 ‘흥’이다. 이 때문에 월드컵 신화를 만들었다. (꿈)은 우리를 동지로 만들고, (흥)은 우리에게 신화를 만들어 주었다. 꿈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주었고, 흥은 일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성공할 조직은 (꿈)이 있고, 성공한 조직은 (흥)이 있다. 꿈은 성공의 필요조건이고, 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꿈’과 ‘흥’이 없어지고 있다. 지금 사회지도자들은 꿈을 제시하기보다는 모두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빠져 있다. 서로 협력하면 서로의 이익을 올려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추구한 결과, 결과적으로 공동체 전체에 손실이 되는 비합리성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망자의 리스트를 놓고 하는 싸움을 보라.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토대로 최악을 막기 위한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 하나 희생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흥’을 가지고 일하는 사회가 되기 어렵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두 회사가 있다. A회사는 세계 1등이라는 비전을 걸어놓고 회장은 종업원을 독려하고 종업원들에게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B회사는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하고 종업원들이 아이디어를 만들고 흥을 가지고 일하게 한다. A회사는 신자유주의 기업의 전형이고, B회사는 신인본주의 기업의 전형이다. 어느 회사가 경영 성과가 높을까? B회사이다. 단기적으로 A회사가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B회사가 성공한다. 사랑받는 기업의 저자 시소디어 교수에 의하면 사랑받는 기업이 S&P 500기업에 비해 10년간 주식투자 수익률이 8배가 높았고, 짐콜린스의 위대한 기업보다 10년간 주식투자 투자수익률이 3배 높았다. 스탠퍼드대학의 배론과 해넌(Barron & Hannan)의 7년간 종단적 연구에 의하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기업보다 사랑의 공동체로 몰입도가 높은 기업이 경영 성과가 높았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적 기업에서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지만 결국 정크푸드처럼 초기에는 맛있고 매력적이지만 사람 자원을 소진시키는 자기 파괴적 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원은 사람이다. 기업의 최고 자원도 사람이다. 그런데 모두가 움츠려 있다. 모두가 수사 대상에 올라가 있다면 누가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창조적 모험사업을 시도하겠는가? 이들이 춤추게 하라. 조직행동의 대가 제퍼리 페퍼 교수는 사람을 통제하고 겁주기보다 이들 인적자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리더는 노력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는 우리 세상을 흥나게 만들어야 하고, 기업지도자는 살맛나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을 풀어 놓는 것(turn them loose)으로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술 개발도 흥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직원들의 ‘흥’이 마인드셋을 변화시켜야 몰입하고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 왜 지식있는 엘리트가 성과에 실패하는가?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기((The Knowing-Doing Gap) 때문이다. 제퍼리 페퍼교수는 주장한다. 무능한 사원도 춤추게 하라. 분야별 탤런트가 있다. 직원 하나하나가 창조적 본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지도자의 임무이다.

그런데 우리 지도자들은 대체로 권위를 세우고 싶어하고 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여러분들의 조직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어떠한가? 못살 때 일하는 방법과 잘살 때 일하는 방법은 다르다. 못살 때는 힘이 들수록 더 열심히 일하는 반면, 잘살 때는 재미있어야 일을 한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하일 때는 어려울수록 더 악착같이 일했다. 2만달러 시대에는 2만달러 시대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람이 재미보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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