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궁이 막고 불 때라는’ 환경 규제

입력 2015-04-17 10:5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유지만 산업부 기자

“업체만 압박하려는 의도 아닌가 싶네요.” 최근 만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부가 추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환경보호라는 미명 아래 기업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새해 들어서면서 시작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 배출권 거래시장 자료에 따르면 개장 70여일이 되어가지만 절반이 넘는 54일 정도 거래가 없었다. 그나마 거래량도 1380톤, 거래대금 1155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거래 실종은 예견된 현상이었다. 배출권 할당 대상 23개 업종 중 17대 업종의 할당 신청량이 20억2100만톤이었지만 정부가 발표한 전체 23개 업종의 배출권 할당량은 15억9800만톤에 불과했다. 생산 활동에만 쓰기에도 할당량이 모자라니 거래할 수조차 없다.

상황이 이러니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들의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생산활동을 할수록 배출권 구매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담감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전경련이 업종별 협회 3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17개 업종이 우려되는 국내 변수로 환경 규제를 꼽았다. 이 중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가능성을 묻는 말에 ‘달성 불가’로 답한 비율이 58%에 달했다. 반면, 달성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탄소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타당하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무조건 틀어막는 규제로는 기업의 발전이나 환경 보호 측면에서 아무 효과도 거둘 수 없다. 굴뚝을 막으면 겉에서만 연기가 보이지 않을 뿐, 속은 썩어들어가게 된다. 오히려 좋은 성능의 환기구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기업과 환경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