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달 하순부터 농협 수도권 유통센터 6곳에서 꼭지 자른 수박 120톤을 시범 판매해 소비자 반응을 본 뒤, 5~8월엔 대형 마트에도 꼭지 자른 수박을 유통시킬 계획이다.
농식품부가 수박 꼭지를 없애기로 한 건 긴 꼭지와 경도(딱딱한 정도)·당도(단맛 정도)·과육(과일 속살)·색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고, 수확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꼭지 모양이나 상태를 보고 수박의 당도와 신선도를 구별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 때문에 대다수 수박 농가는 T자 모양으로 꼭지를 길게 남겨 출하했다.
문제는 수박을 딸 때 가위질을 3차례 해야 T자가 만들어져 인건비가 많이 들고, 운송하거나 팔 때 행여 T자 꼭지가 떨어지면 정상가의 절반가량으로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요즘은 수박이 출하될 때 당도(糖度) 선별기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수박 꼭지로 신선도를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수박 꼭지 절단을 통해 연간 344억~627억원의 경제적 이익이 농가에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농산물품질관리원도 ‘꼭지가 시들지 않고 신선해야 한다’는 수박 표준 규격에 대한 고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주부 박모(33) 씨는 “수박이 꼭지가 마르면 싱싱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꼭지가 사라지면 뭘 보고 골라야 할 지 모르겠다”며 “꼭지가 초록색에 싱싱한 수박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것이고 갈색에 말라 있으면 수확한 지 시간이 좀 지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의아해했다.
유통업체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유통업계 과일 담당자들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불만이 나올 것에 대해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도 수박의 등급 규격 기준을 고치고, 수박 판매대 옆에 당도·입고일 등을 적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