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 강타한 이동걸의 ‘빈볼’ [정수천의 초점]

입력 2015-04-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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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하는 이동걸. (연합뉴스)

초구가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의 몸쪽 꽉 차게 들어왔다. 자세를 가다듬은 이동걸의 2구도 여지없이 몸에 바짝 붙었다. 미묘해지는 황재균의 표정.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세 번째 공이 황재균의 엉덩이에 꽂힌다.

12일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트의 벤치클리어링의 중심엔 이동걸과 황재균이 있었다. 이미 앞선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던 황재균은 이번엔 참지 못했다. 천천히 이동걸에게 다가가는 황재균의 앞을 심판이 막아 세웠다. 양쪽 벤치에서 흥분한 선수들이 뛰쳐나왔다.

이동걸이 황재균에게 던진 공에 고의성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일부러 선수를 맞추려 했는지, 아니면 이번 경기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친 황재균에게 쉬운 공을 주지 않기 위해 무리한 몸쪽공을 던지다 결국 제구가 흐트러졌는지는 공을 던진 이동걸만이 아는 일이다. 고의적이더라도 선수 개인의 판단일지 더그아웃의 지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심판은 정황상 고의적인 빈볼로 판단하고 이동걸을 퇴장시켰다. 정민철 해설은 ‘사실은 지금은 누가 봐도 명확히 의도된 몸에 맞는 공이었다. 심판 재량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황재균이 공에 맞는 순간. (연합뉴스)

빈볼의 이유에 대해선 추측이 난무한다. 대체로 황재균의 도루가 한화를 자극했다는 의견이다. 이날 1회에만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6점 차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중전 안타로 추가점을 올리고 도루를 감행해 2루로 진루했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도루까지 해가며 공격을 이어간 것이 비매너란다. 그러나 전날 경기에서 한화가 9회에만 5점을 쫓아오며 역전승까지 이뤄낼 뻔한 것을 생각하면 황재균의 플레이는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사회인 야구도 아니고 프로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혹여 기분이 상했더라도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고의적 빈볼로 보복을 감행하는 것은 전혀 신사적이지 않다. 또한 고의적인 빈볼의 결과는 대체로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진다. 공에 맞아 흥분한 타자가 투수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막고 동료 선수들이 함께 감정을 표출해 다소나마 울분을 가라앉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내부적인 이야기다.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겐 과격하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들은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보러온 관중이지 ‘패싸움’을 보러온 것이 아니다. 심지어 프로야구 개막 후 두 번째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에 많은 기대를 한 야구팬들은 이 같은 상황에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10 구단이 경기에 나서 800만 관중을 목표로 하는 이 시점에서 이날의 빈볼시비는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숙한 문화와 프로야구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고의적인 빈볼이 일어나는 상황은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 경기를 중계하던 박재홍 캐스터는 ‘양 팀 선수들이 감정이 고조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인 만큼 조금 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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