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102번째 신작 '화장', 사실적으로 그린 삶과 죽음ㆍ욕망

입력 2015-04-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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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가 17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화장’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신태현 기자 holjjak@)

영화 ‘화장’(제작 명필름, 배급 리틀빅픽처스, 감독 임권택)이 9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기변신, 김훈작가의 원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임 감독 특유의 작품성 짙은 영화인데다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한계로 인해 흥행에 대한 기대는 적지만 영화계는 사회 전반에 여운 짙은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하며 관객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인생과 욕망을 담았다. 영화는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 오정석 상무의 시선과 번민을 반영해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그린다. 오 상무는 뇌종양이 재발한 아내(김호정)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평범한 중년이지만 회사 여직원 추은주(김규리)에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소변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늙은 몸이지만 욕망은 그 누구보다 강렬하다.

안성기는 “오 상무라는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분출하고 싶어도 분출하지 못하는 고통이 늘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정신적으로 유혹에 빠지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내로서 욕구는 흔한 일이지만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감을 가지고 관객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화장’은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드러나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게 더 많은 소설”이라는 김훈 작가의 말처럼 반대되는 것들의 다른 듯 같은 두 얼굴을 포착한 영화의 예술성이 임 감독의 손을 거쳐 선명하게 그려진다. 실제로 영화는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성의 심리를 세련되게 표현해 시체를 불태우는 ‘화장(火葬)’과 얼굴을 곱게 꾸미는 ‘화장(化粧)’이라는 이중적 소재의 배합으로 젊은 여자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인간의 생과 사를 오롯이 한 그릇에 담았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임 감독의 고뇌와 해탈이 동시에 드러나 있다. 아픈 아내를 돌보며 젊은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오 상무의 삶은 그 무엇보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말했다.

‘화장’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임 감독 특유의 지독한 사실주의에 있다. 안성기와 김호정의 ‘욕실신’은 영화가 가진 사실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 의사가 두 사람의 욕실신을 본인 병원의 간호사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는 임 감독의 말처럼 해당 장면에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 모든 것을 해탈한 오 상무의 삶과 고통 속에서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여자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호정은 “욕실 장면은 시나리오를 받은 저에게 가장 강렬했던 장면이었다. 힘들지만 아름다웠던 신으로 기억된다. 촬영할 때 제 역할이 고통스러운 부분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찾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기존 작품과는 다른 영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영화를 완성하고 편집과정을 거치며 ‘내가 찍은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하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100개가 넘는 영화를 찍은 감독이지만 아직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삶과 죽음 그리고 욕망을 다룬 ‘화장’이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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