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최근 몇 주간 경제 분야 최대 뉴스를 꼽으라면 단연 안심전환대출이다. 1차분 20조원 물량이 며칠 만에 동이 났고, 추가 2차분 14조원도 금세 팔렸다. 9일 만에 34조원이 팔려나간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표방한 정책인데, 과거 재형저축 이래로 금융위원회가 출시한 최대 정책상품이라는 일부의 평가까지 있을 정도다.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목표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을 둘러싼 일련의 전후 맥락까지를 고려해 보면 여러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첫째, 정책의 성격과 정책 대상자의 관계다. 안심전환대출은 본질적으로 3% 후반대의 변동금리를 2% 중반대의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무 재조정’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 중 하나는 제2금융권을 통해 고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 다중채무자, 그리고 저소득 계층의 채무자들이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채무 재조정’(=안심전환대출) 정책은 은행권을 이용하고, 원리금 분할상한이 가능한 ‘상대적으로 처지가 나은’ 사람에 국한해서만 시행되는 것이다. 서민층은 배제하고, 중상층만 혜택을 주는 다분히 ‘역진적’ 측면을 갖고 있다.
둘째, 부채 주도 경제학을 특징으로 했던 초이노믹스 정책에 대한 ‘설거지’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작년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했다. 가계부채 위기를 고조시키더라도 ‘단기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의 유혹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셋째, 10년 이상의 장기+저소득 채무자들의 ‘빚 탕감 정책’에 대해서 그동안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대비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전수조사 자료에 의하면 약 110만명의 채무자는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추정된다.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을 추진하되, 거시경제적 선순환구조에 부합하고, 정책적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상환능력 없는’ 장기+저소득 채무자에 대한 과감한 빚 탕감 및 채무조정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