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휴가비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원심 파기환송
퇴직자를 제외하고 현직 근로자에게만 지급한 수당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률적으로 지급된 수당이라도, 퇴직자를 제외했다면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을 결여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협진여객 근로자 김모 씨 등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이 지급한 하계휴가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의 운송업체인 협진여객은 2007~2010년 소속 노동자들과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근속수당과 각종 상여금, 하계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방식과 지급기준이 포함됐다.
사측은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체 퇴직금 등을 계산했고, 김씨 등은 "근속수당과 승무수당, 하계휴가비 등 5개 항목이 명칭은 수당이지만 사실상 고정급여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하고, 미지금 수당과 퇴직금 차액분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협진여객의 하계휴가비에 관해 1,2심 재판부는 "회사가 운전기사들에게 매년 일률적으로 일정 금액의 하계휴가비를 지급해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실제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지급된 고정적인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협진여객이 소속 근로자들에게 하계휴가비로 일정 금액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면서, 지급일 전에 퇴사한 근로자들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협진여객이 지급한 하계휴가비는 노사간에 '지급일에 재직 중일 것'이라는 조건을 다는 데 묵시적인 합의나 관행이 확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만일 그러한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협진여객이 지급한 하계휴가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협진여객이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하계휴가비를 지급하지 않은경위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로 '고정성'을 제시한 바 있다. 고정성은 급여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돼야 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조건을 내걸고 그 조건에 맞는 일부에게만 지급되는 급여는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