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뉴욕타임스, 터치만으로는 부족해

입력 2015-03-27 10:4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김수연 온라인뉴스부장

생뚱맞은 질문 하나. 고양이(혹은 강아지), 음식, 패션, 나르시시즘의 공통점은?

다름아닌 요즘 ‘핫’한 인스타그램에서 주류를 이루는 아이템들이다.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이 트렌드이긴 한가보다. 아는 후배 몇몇이 ‘페북에서 인스타로 갈아탄다’며 계정을 알려왔으니 말이다. 하긴 이들은 모두 틈만 나면 ‘개 사진’을 들여다보는 ‘애견인’들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이 작년 말 월평균 이용자(MAU) 3억명을 넘어섰다. ‘140자 소통의 시대’라며 떠들썩했던 트위터(2억8400만명)를 제쳤다. 서비스 시작 4년여 만에 ‘SNS계의 2인자’로 등극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올 1월 월 순방문자 수 428만명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디어업계도 이 ‘플랫폼’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9일 @nytimes라는 계정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 인스타그램을 안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이미 2011년부터 패션, 음식, 스포츠, 여행 등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계정은 많게는 수십만 팔로워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가 뉴스 이미지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이유가 뭘까?

이는 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에서 읽을 수 있다. 에볼라 공포가 조금씩 걷히고 있는 시에라리온에서 거리에 누워 있는 아이에게 한 여성이 다가가 감싸안으려는 사진이다. 전염성 강한 에볼라가 옮을까봐 가까이하지 않으려던 이들이 서서히 접촉을 시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진이 의미하는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것은 ‘접촉(touch)’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접촉한다는 것은 신뢰한다는 것으로, 독자와 접촉하고 신뢰를 얻겠다”는 철학이다.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가 세상에 알려지며 ‘디지털 퍼스트’ 파장을 일으킨 것이 1년 전 이맘때다. 인스타그램의 시작은 ‘수용자 확대’를 제안했던 보고서에 따른 실천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 ‘독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가겠다는 의지다.

또 다른 의도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작년에만 이용자 수가 60% 늘었고 2018년 미국 내 사용자가 1억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 내 주 이용자는 12~24세로 부유한 가정의 자제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미래의 독자로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과연 인스타그램으로 독자의 충성도를 키워낼 수 있을까. 어쩌면 이는 ‘저널리즘 지상주의’에 갇힌 순진한 발상은 아닐까.

사진 한 컷이 뉴욕타임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이제 콘텐츠는 미디어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렬한 비주얼이라 할지라도 독자는 어느 매체가 보도한 것인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동적인 뉴스 현장’을 들이대 봐야 뉴욕타임스라는 프레임은 겉돌 뿐이다.

또 뉴욕타임스가 인스타그램을 운용하면서 ‘SNS 정신’을 갖고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SNS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바로 이 점이다. SNS의 기본은 ‘소통’인데, 소통할 생각 없이 “자, 전문가가 만들어낸 퀄리티 높은 콘텐츠요”하고 외치기만 한다면 플랫폼으로서 SNS의 성과는 떨어진다. 아무리 뉴욕타임스라 할지라도 자신들이 내놓은 콘텐츠에 반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다시 엮어낼 수 있을지 그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뉴욕타임스의 인스타그램 콘텐츠가 이용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한 것일까? 저널리즘 만능에 빠진 언론사일수록 독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보다 언론사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관행적으로 밀게 된다. ‘접촉’도 ‘신뢰’도 좋지만 한 발짝 물러나 네트워크, 특히 인스타그램이라는 ‘특별한’ 네트워크를 선택한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뭔지 우선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얘기하다 보니 마치 뉴스 플랫폼의 새로운 시도를 초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스럽다. 그런 게 아니다. 다만 언론사들이 네트워크 파워를 고민하고 있는 요즘, 중요한 건 플랫폼 선점이 아니라 플랫폼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은 거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