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한국전력공사 부지 투자 결정에 전문성과 책임감이 결여된 기업 지배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5일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최근 6개월간 현대차 주가 약세 원인 중 하나인 무리한 한전 부지 투자결정은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18일 현대자동차 그룹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았다. 당초 해당 부지의 감정가는 3조3000억원 수준으로 낙찰가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주주들의 비판을 받았다. 현대차는 이번 매입에서 5조8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송 연구원은 무리한 투자 결정에 대해 비전문적인 이사회 구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이사회 구성원은 9명으로 사외이사에 세무전문가 1명이 있을 뿐 재무·투자 전문가는 없다. 재무위원회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최대주주의 투자강행을 적절히 제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포드사와 GM사의 재무·투자 전문가는 각각 3명, 2명으로 두 회사 모두 이사회 내에 재무위원회가 따로 마련돼 재무와 투자 관련 정책과 전략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해외 경쟁사와 달리 재무전문가인 사외이사가 없어 대규모 부동산 투자 이슈를 전문적으로 분석·검토할 조직적인 역량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과 및 주주가치 경영과 거리가 먼 이사보수 체계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에게 지급한 보수는 100% 정액급여로 성과와 연계가 없다.
송 연구원은 “성과체계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9월 기준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이 5.17% 수준으로 낮아 회사 가치 손실에 따른 손해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무리한 부동산 투자를 촉발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경쟁사는 경영진 보수의 70% 이상을 수익이나 주가수익률 등 성과에 연계한다”며 “이사진들이 경영에 대해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17만원으로 마감했다. 부지 낙찰 전일인 지난해 9월 17일 21만8000원 대비 약 22%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6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차에 대해 2조2648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3월부터 9월 낙찰일 전까지 6개월간 외국인이 6조1645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반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