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한국 선수가 전부는 아니다…응원의 폭을 넓혀보자

입력 2015-03-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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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부 차장

올시즌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8강 대진을 확정했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챔피언스리그 8강 대진 추첨이 완료되면서 우승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첼시,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등 16강에 합류했던 잉글랜드 팀들이 모두 탈락하며 8강에 단 한 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지난 시즌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는 2차전 홈경기에서 샬케에게 3-4로 패했지만 득실차로 힘겹게 8강에 올랐고 더비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이어 레버쿠젠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해 레알과 8강에서 만난다.

아쉬운 점은 더 이상 한국 선수의 모습을 ‘꿈의 무대’에서 볼 수 없는 점이다. 레버쿠젠은 아틀레티코와 승부차기까지 펼쳤지만 안타깝게 패해 유럽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시즌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플레이오프 2경기 포함 10경기에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득점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올시즌 확연히 성장한 모습을 보인 점은 고무적이었다. 박지성 이후 오랜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한 점도 만족스러웠다.

냉정하게 말하면 손흥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공격수지만 아직은 기량이 더 향상될 여지가 많은 선수다.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선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모든 경기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음도 당연하다. 아틀레티코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손흥민은 후반 중반 롤페스와 교체됐다. 이날 움직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고 팀이 기록한 7개의 슛 중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단 한 개의 슛뿐이었다.

이에 일부 국내 팬들은 손흥민을 불러들인 로저 슈미트 감독을 질타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살려주지 못한 동료 선수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례로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 벨라라비는 국내 팬들에게는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손흥민을 위한 팀이 아니다. 개개인의 조직력이 만들어낸 팀이다.

축구 팬의 입장에서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자칫 지나친 애정으로 인해 ‘레버쿠젠=손흥민’으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레버쿠젠이 8강 문턱까지 가는 데는 손흥민은 물론 동료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같은 경우는 단지 손흥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선수가 속한 팀이면 종목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선수들과의 특별한 친분이 있을 경우 최고 선수로 찬사받고 한국 선수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선수는 역적이 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시차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열리는 경기를 직접 시청하며 응원하는 것은 분명 엄청난 열정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인 응원을 보내는 것은 자칫 해당 종목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가질 우려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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