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말이 많다. 우선 이완구 총리의 지난 12일 ‘부정부패와의 전면전 선언’ 직후 검찰이 곧바로 포스코 수사에 들어간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이완구 총리의 발언이 곧바로 MB정권의 핵심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 현재 출국금지를 당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각별했고, 영포라인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맡았다는 소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은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곧바로 이명박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뒀다. 뿐만 아니라 이완구 총리가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등을 거론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만에 하나 이런 설(說)이나 주장들이 나름 논리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부정부패 척결에 이견을 달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2014년 기준 대한민국의 청렴도 순위는 조사대상 175개국 중 43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전 세계에서 10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봤을 때, 청렴도 순위는 여기에 한참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의도가 있든 우리가 부정부패를 줄여야 하는 것은 거창하게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우리의 자식들, 우리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청년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좌절할 때마다 ‘줄과 빽’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들이 취직하지 못하는 이유가 줄이나 빽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젊은이의 탓이 아니다. 이들이 여태 보아 왔던 사회가 공정한 경쟁보다는 줄과 빽이 난무하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올바른 사회를 보여 줄 의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부패의 청산 의도가 전(前) 정권 쳐내기다, 아니면 다음 총선에서 친이명박계의 기를 확실히 빼기 위해서다라는 식의 분석은 설득력을 잃는다.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것은 어떤 명분이나 이유 혹은 의도에 우선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는 무조건 높이 사 줄 만하다. 혹자는 이런 일을 할 때면 여당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는 의견도 낸다. 그런데 만일 여당과 상의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벌써부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친이계가 그냥 보고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소설은 아닐 수도 있다.
부패를 줄이거나 없애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가 흔희 사회자본이라고 말할 때, 그 사회자본의 핵심 요소로 신뢰를 꼽는다. 사회적 신뢰가 사회자본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다. 그런데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이런 신뢰가 싹트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회자본이 없는 사회는 모든 일을 처리할 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에 만일 사회적 부정부패를 최소화한다면 이것은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부정부패의 척결이 아닌 부정부패의 최소화라고 표현한 이유는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운 탓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보이는 국가라도 부정과 부패가 어느 정도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만연해서는 안 된다. 부정부패의 최소화는 젊은이들에게는 희망 만들기라는 의미가 있다. 이들이 희망을 가져야 대한민국도 비로소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