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자 상승했던 코스피 지수는 ‘네 마녀의 날'(주가지수 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 선물ㆍ옵션 만기가 겹치는 날)’의 영향으로 장 후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대규모로 매도하며 장을 마쳤다. 최근 매매 동향을 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 강화,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계속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0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장 중반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으나 마감 15분 전부터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이 날 선물·옵션 만기일이 겹쳤고, ETF(상장지수펀드) 매도 차익 물량에 따른 부담에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매매 동향을 보면 지난 2월 11일부터 오늘까지 4일을 제외하고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매수 규모는 축소됐지만 달러 강세에 환율까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더 크다.
코스피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중요한 변수는 원/달러 환율과 금리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들은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리가 싼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현상 때문에 한국과 같은 신흥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음에도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찾는 것은 강달러 원인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악재가 터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한다. 그러나 현재 환율 움직임은 유로화 약세로 나타난 결과다. 달러화 지수의 58%가 유로화인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약세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통 유로존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신흥국으로 투자 자금이 들어왔다”라며 “선진국의 경쟁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외국인의 순매수 유입이라는 이례적인 패턴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유럽계 자금의 국내 증시 순매수 규모를 살펴보면 큰 규모로 늘어났다. 2014년 말 대비 올해 2월 기준 스위스의 국내 주식 보유잔고는 5조1000억원으로 18.1%, 프랑스는 5조8000억원으로 35.5% 증가했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계 자금은 2월에만 한국 증시에서 9750억원치를 순매수했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유로존의 유동성 확대가 국내 증시에 우호적이어도 외국인 순매수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40%는 미국계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속도와 국내 기업의 1분기 실적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순매수하면 1조원에 달했지만 지난 2월 2500억원을 순매수했다”라며 “다음 주에 열릴 FOMC에서 연준의 금리 향방이 국내 증시에서 미국계 자금의 매수 규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지금의 달러 강세는 의미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당장 올리겠다는 불안감만 조성하지 않는다면 유로화 약세-달러 강세 기조에서도 국내로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라며 “다만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다음 달까지 지켜봐야 외국인 매수세의 지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