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기자회견 '일문일답'

입력 2015-03-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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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김영란법'이 논의되는 과정을 지켜봐왔다. 간단히 소회를 밝혀 달라.

=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다. 여론을 반영한 것에 대해 내가 따로 말할 입장은 아니다. 결국은 국민의 문화를 바꾸는 법인데, 국민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드리는 건 불필요하다 생각한다.

- 위헌 논란으로 개정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완벽한 통과는 아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개선해달라는 것은 아니고, 통과된 것만으로도 기적 같다. 우선은 이 법상태에서라도 제대로 출발해보자는 것이 내 입장이다. 내 말이 모순돼 보일수도 있겠지만, 모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통과된 법안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뜻하나.

= 그동안 공식적으로 알리진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내 입장을 열심히 설명해왔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테지만, 강연을 하거나 정부 주최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등을 해왔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요청해오는 대로 하겠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하겠다.

-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이 불고지죄나 연좌제금지에 어긋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다. 부부가 다 공직자인 경우 '배우자 건' 때문에 금품 수수한 건 어떻게 봐야 하나.

= 이를테면 집에 값비싼 선물세트 같은 게 왔다. 그게 '내'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온 건지 '배우자'로부터 온 건지 본인은 알 것이다. 본인에게 온 것을 아내가 받았다고 돌려준 경우와 받은 과일세트 같은 것이 돌려줄 수 없게 상했다고 하면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지 기관장이 판단해달라하는 것인데, 결국 누가 보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상대방이 보냈다는 게 가능할까 싶다. 그런 걸 조사해봐야 할거다.

- 참고 판례에도 보면 '사회상규'를 적용한다고 했지 무엇이 '사회상규'인지 안나온다. 관혼상제 그러니까 결혼식 축의금 등은 해당하느냐.

= '사회상규'를 규정할 수 있으니 기존 판례도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해당 규정에 대한 판례가 축적되면 어디까지 괜찮은지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내가 본 것만 해도 수천만원의 과다한 축의금 사례가 있는데, 그럴 때 축의금 가장한 뇌물일 수 있지 않나.

축의금 5만원 기준, 주례 금지 등에 대해 오히려 그렇게 정해줘서 다행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문화가 바뀌어가야 할 부분인데, 결혼 시즌에 축의금이 많이 나가지 않나. 지금까지 낸 게 있어서 줄일 수도 없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예전보다 적게 내고 '이 법 때문에 그렇습니다'하면 경제적으로도 낫지 않나 생각한다.

- 국회 공청회 때 위원장의 참석 요청이 있었나.

= 여야 양쪽에서 여러 차례 요청 받았다. 여당 요청에 응하면 야당이, 야당 요청에 응하면 여당이 걸렸다. 혹시나 법안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서다. 어느 쪽으로든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기계적인 중립'을 지켰다.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개최하는 공청회 참석을 제안 받은 적은 없다.

- 이 법안 내용이 형법상 '뇌물죄'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동시 처벌 가능한 것인가.

= 검찰에서 '뇌물죄' 혐의가 명백하면 '뇌물죄'로 기소할 것이다. 그런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 '뇌물죄'가 무죄된다면 이 법을 활용해 과태료를 부가한다든지 할 수 있다.

-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과 '부정청탁' 혐의로 엮이면 지금까지 유지해온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자유를 침해한다면.

=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런데 부정행위가 있으면 확인하고 취재하고 그런 게 언론의 기본 아닌가. 통과된 법안을 보면 워낙에 원안보다 축소돼서 '부정청탁'을 유형화해해놨다. 정말 검은 거래가 아니고는 안 걸릴 것 같고, 통상적인 행위는 오히려 안 들어갈 듯하다. '부정청탁'인지 모호할 때 미국 기업은 'ethics office'에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업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고 검토하는데, 우리나라 공무원도 내부에서 감사하는 곳이 있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거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고 질문해주면 나도 더 연구해보겠다.

- 통과된 법안은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까지 제한했는데, 조금 더 설명해달라.

= 예를 들어 형제자매가 원수로 살 수도 있을거다. 그런 경우 형의 지인이 동생에게 뭘 보냈는데, 형이 모르면 문제가 없다. 그럼 고발하면 수사받지 않겠냐하는 염려는 있겠다. 지금 형법상 '뇌물죄'도 당사자를 골탕먹이기 위해 악용될 수 있다. 제3자 뇌물 공여 처벌의 경우 민법 상의 '가족' 범위 정도면 되겠다 했다. 그런데 정 그 범위가 넓지 않느냐 지적한다면 내 생각에 후퇴할 수 있는 선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선까지다. 결혼 전 시동생, 처제까지 말이다. 이런 부분도 법 시행 이후 차차 넓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 시행 전까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다. '계도기간'이라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시행령도 만들고 할텐데,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을거라고 보나.

= 권익위에도 자료를 보낼텐데 권익위가 검토해줄 것이다. 권익위가 맡아서 할 사안이다.

- 신고기관과 수사기관의 감시 권한이 커지는 것 아닌가. 전반적으로 악의는 극대화는데 기관이 수사하고 신고 받는 사항에 대해서는 확대돼서 자주 불려다녀야 될 수도 있다.

= 드라마에서처럼 검찰이나 경찰이 아무 근거도 없는데 수사하고 그러진 않는다. 평소 얄미운 기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해서 단서가 있어야 수사가 시작된다.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 일은 없다. 그렇게까지 검찰과 경찰 인원이 많지도 않고 한가하지도 않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염려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사하려면 단서, 그러니까 제보 같은 게 있어야 한다. 제보도 그냥은 안 되고 첨부한 소명자료에 그럴싸한 게 있을 경우다. 그래서 처음에 법안 때문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아도 된다 생각한다.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염려돼서 전체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수준이라면 내가 이 법안을 제안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행 단계에서부터 차차 바꿔간다면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낙관한다. 2년 쯤 있으면 내 말이 맞는지 판가름 날 것. 그 걸 내가 지금 완벽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 권익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 '제보'가 들어오는 선에서 조사할 것이다. 상시 감시 시스템이라는게 권익위에서 불가능하다. 지금도 제보 들어와야 하는 일이다. 제보 들어온다고 해도 다 조사하는 것도 아니다. 소명자료를 첨부하게 돼있다. 살펴보면 형사처벌은 많이 없고 거의 과태료다. 법 규정 보면 과태료 부과도 법원에서 하게돼 있다.

- 전체적으로 봤을때 원안의 취지를 잘 살렸다고 보나. 원안에 대해서는 잠잠하다가 통과된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만 많이 보도된 건 어떻게 보나.

= 원안 취지를 몇프로 살렸느냐 까지는 몰라도, 제안하면서도 이게 가능할까 생각한 걸 언론과 여론 덕분에 통과하게 됐다 생각한다. 기적같은 일이다.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 분야도 비중이 큰데 금품 등 수수 금지 부분만 강조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공유될 부분이 많은데, 너무 부분적으로 알려져 있구나 생각했다. 사실 원안 내용 골고루 알려져서 논의되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크게 유감이 있다거나 아쉬움이 있는 건 아니다.

- '사회상규'규정이 모호하다. 법원해석 따라서 한다는 말은 알겠다. 그런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해석과정에 도달할때까지 멀게 느껴진다. 이 법안 기준이 높다보니 해석 받으러 많이 가야 해서 기회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 100만원 넘으면 형사 처벌, 그 이하는 과태료로 간다. 그런데 누가 공직자가 전날밤 술자리에서 돈봉투 오갔다더라 제보한다. 그렇다면 '입증책임' 논리로 봤을 때 입증은 궁극적으로 누가하느냐 보면 검사가 하는 게 원칙이다. 그 사람이 호화로운 접대를 받았고, 돈봉투를 받았고, 뇌물이라는 것 까지 입증돼야 하는데. "밥값 내가 냈고 빌려준 돈 받은거다" 하면 검사는 모르니 이 때 그 사람이 입증해야할 책임이 발생한다. 이 법으로 인해 성가신 일이 생기겠으나 불가피하다고 본다.

-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냈다. 김 전위원장은 '공공성 강화' 법익이 커서 '평등권' 침해가 이를 앞서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헌재에서 위헌 여부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결론이 나올수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주관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인정한 건가.

= 예리한 질문이다. 내 생각에 민간인보다 언론과 학교가 지니는 공공성이 크다고 본다. 언론의 일부는 공공기관 법률에 포함되기도 한다. 평등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면 공적 책무와 부담 한도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도를 나눠서 공공성이 '1'이라도 있으면 포함시켜야 할까. 그건 차차 생각해볼 문제다. 헌재에서 9대0, 9대1, 0대9 등의 결정을 취할 수 있다는 말은 그냥 한 이야기다. 재판관 의견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냥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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