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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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오지는 필사본으로만 전해지다 보니 자구가 틀리거나 빠진 게 많다. 이 책에 춘한노건(春寒老健)이라는 말이 나온다. 봄추위와 노인의 건강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춘화노골(春花老骨)이나 “가을 날 더운 것과 노인 근력 좋은 것은 못 믿는다”는 속담도 같은 뜻이다,
조재삼(1808~1866)의 백과사전류 저서인 ‘송남잡지(松南雜識)’에도 이 말이 나온다. 그는 “봄추위, 가을더위, 노인의 건강 세 가지는 오래가지 못하는 것으로, 본디 구양 수의 말”[春寒秋熟老健三者 不久長之物 本歐陽之語]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양 수(歐陽脩·1007~1072)는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이다.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1897~1989)은 동료인 한결 김윤경(1894~1969)이 갑자기 사망하자 1969년 2월 6일 동아일보 기고문에서 “춘한노건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로 1초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수명이로다. 아아 안타깝도다, 형의 졸서(猝逝)여”라고 애도했다.
‘때마침 봄추위에 황사현상. 춘한노건은 불구장(不久長)이라 며칠만 참으시도록’ 이런 촌평도 40년 전의 신문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말과 반대로 춘한노건을 “봄추위에도 노인 건강은 여전하다”고 바꾸면 어떨까? 날씨가 돌연 겨울로 돌아갔지만 조금만 더 참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