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수장관 이동필의 농업 백년지계를 꿈꾸며

입력 2015-03-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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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박근혜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새 내각이 출범하면서 초대 내각부터 자리를 지킨 ‘장수(長壽) 장관 5인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인사 잡음을 비롯해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 장수장관의 장수 비결이 새삼 대단하다.

‘장수(長壽) 장관 5인방’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이들 중 필자가 출입처 변화없이 2년 동안 계속 옆에서 지켜봐 온 장관은 이동필 장관이다. 이 장관의 취임 후 6개월 평가 때 전문성은 있으나 농정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조직 장악력이 미흡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난이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이 장관을 잘 모르는 ‘수박 겉핥기식’ 평가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장관급 기관장’인 현명관 마사회장,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에 결코 주눅이 들지 않고 지난해 공공기관 개혁을 주도했다. 특히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그 어느 때보다 농축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농업의 6차산업 육성이라는 큰 그림으로 파고를 헤쳐나가고 있다.

또 이 장관이 연구원 출신이라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는 비판에 대해선 회의 때마다 취임 후 현장 중심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농식품부 실·국장들과 산하 기관장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이 장관은 국내에서만 72개 시·군 114개소 현장을 방문해 4만2000km를 달릴 정도로 그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장관이다. 이 장관이 취임 초 약속한 ‘이동필의 1234’를 이젠 브랜드화해 농민에게 MBC 예능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영희 PD ‘쌀집아저씨’처럼 ‘옆집아저씨’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이동필의 1234’란 장관이 직접 한 달(1)에 두 번(2) 이상 현장을 방문해 세 시간(3) 이상 사람(4)들을 만나 소통한다는 의미로 지속적 현장소통 의지를 강조한 브랜드 명칭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1, 2, 3, 4부터 배우는데 비록 30여년간 농업 부문을 연구해 왔지만 항상 현장에서 직접 배우면서 농민과 소통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혀 그의 현장중심 소통 농정정책을 잘 알게 해 준다.

이 같은 이 장관의 농정정책으로 농식품부 실·국장을 비롯한 실무자까지 직접 현장에 가는 횟수가 늘었고 사회 각 계층 목소리를 듣는 데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장관이 장수장관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킨 비결은 바로 ‘농업의 6차 산업화’다.

그동안 농업정책이 1차산업인 기르는 농업에 중심을 둬 왔다면 이 장관 취임 이후 줄곧 이에 그치지 않고 가공하는 2차산업과 서비스·유통 같은 3차 산업과 연계해 합치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가 된다는 의미에서 6차 산업을 강조해 왔다.

현재 농업의 6차 산업화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문경의 오미자 농가의 가공품 판매와 오미자 축제 이후 매출이 22배 오른 점이나 세종시 뒤웅박 고을의 식당 운영과 장류 제조·가공,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37명의 일자리 창출 등이 좋은 예다.

하지만 아직 6차 산업화가 우리 농업에 정착하기에는 농민 의식 변화와 사업 안정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만큼 정부의 예산지원이나 규제철폐 등 적극적인 농정정책이 뒷받침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계라고 한다. 농업도 백년지계는 못 되더라도 최소 십년지계는 세워야 외국 시장개방에 맞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이다.

그동안 우리 농업정책은 큰일이 터질 때마다 장관 목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정책담당자들이 소극적으로 임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쌀직불금 등 농민들에게 주는 정부정책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물고기를 그냥 주는 정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장관 취임 이후 아직 이러한 정책의 큰 틀을 깨지 못하고 있지만 ‘농업의 6차 산업’이라는 유의미한 작은 바람이 농촌에 불기 시작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FTA 파고를 넘어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젠 장수장관이 농업의 백년지계는 못하더라도 십년지계를 세울 수 있게 인내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성과 중심이 아닌 농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국민의 작은 힘을 모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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