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국민은행…은행 대전 2라운드

입력 2006-11-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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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인수 불발 업계 1위 경쟁 재출발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날개가 꺾인 것으로 보면 된다.”

지난 23일 론스타펀드는 국민은행과 진행하던 외환은행 매각계약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국내 은행권의 확고한 1위 고수와 세계시장으로 진출해 ‘아시아의 씨티은행’의 꿈을 잠시 미루게 됐다.

같은 날 있었던 국민은행의 기자회견에서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날개가 꺾인 것”이라고 표현하는 등 향후 국민은행은 물론 은행권의 경쟁은 다시한번 치열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은행 1위 경쟁 다시 출발선으로

9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자산은 215조6000억원(신탁 포함)으로 우리은행 178조원, 신한은행 184조원에 비해 우위에 있다. 그러나 우리와 신한은 금융그룹으로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오히려 밀리는 수준이다.

금융그룹 기준으로 총 자산 규모를 보면 우리금융은 236조4000억원이며, 신한지주는 217조원으로 오히려 국민은행은 앞서고 있다.

여기에 신한지주는 자산 12조원인 LG카드를 인수할 예정으로, 신한지주는 인수 이후 국민은행과 15조원 가까이 차이를 두고 앞서게 될 전망이다.

만약 국민은행이 외환은행(78조원)은 정상적으로 인수해 합병했다면 총 자산은 300조원대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특히 개인여신부문에 있어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 중의 하나가 개인여신과 함께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기업금융과 외환부문의 강화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함에 따라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해외진출 가속화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인해 국내에서는 물론 아시아 리딩뱅크를 꿈꿔왔던 글로벌뱅크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또 24일 국민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 사내방송에서도 “외환은행 인수 외에도 자체적인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도전에 있어서 외환은행 인수의 실패는 궤도 수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강 행장이 밝혔듯이 외환은행의 26게 전 세계 네트워크망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해외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독자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인해 해외시장 개척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국민은행에 패하고, 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은행에 패한 하나지주 역시 해외로 눈을 돌린 상태다.

하나지주는 공식적으로는 다시 시장에 나온 외환은행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 중국 등지의 은행 M&A에 나서면서 해외시장 진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지주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시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최근 M&A 전문가인 이성규 부사장을 영입하고 글로벌전략팀을 신설하는 등 M&A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도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당초 국민은행에 매각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제 주인이 누가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가 됐다. 현재의 대주주인 론스타도 최악의 경우 대주주의 권한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웨커 행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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