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베끼기'에서 시작된 생보사 자살보험금 속앓이

입력 2015-02-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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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보험사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판결을 내렸다. 약관에는 자살한 때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표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한 것으로 잘못이라고 결정났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약관에서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의 자살을 병렬적으로 기재하고 있으므로 두 사안 모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통일적이고 일관된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자살보험금 논란의 핵심은 바로 약관에 있다. 지난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22개 생보사는 약관에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했다. 과거 교보생명이 이 약관을 처음으로 사용했고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교보생명의 약관을 그대로 배낀 것이다.

'약관'을 가장 중요시하는 보험사에서 집단적으로 오류를 낸 이유는 다른 보험사의 약관을 그대로 베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대형사들이 새롭게 만들거나 변경하는 약관과 신상품 등을 통상적으로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약관 개정이나 신상품 출시 등을 하게 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게 관행”이라며 “문제가 된 약관 역시 관행을 따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즉 A생보사가 잘못된 약관으로 상품을 출시했는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약관을 배껴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ING생명을 검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발견됐고 보험업계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자살보험금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약관에 실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을 재해로 인정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따를 뿐만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도 야기할 수 있다"며 "자살을 재해로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보험 본연의 원칙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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