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평창동계올림픽이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회의 성공적 준비와 개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본 지면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주요 이슈와 해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 보고자 한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불가 방침과 IOC의 평창 단독 개최 고수가 발표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IOC로부터 터져 나온 분산 개최론은 올림픽 준비에 매진할 시기에 온 나라의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어 버렸다.
IOC가 분산 개최론을 주장했던 당위성은 표면적으로는 개최국의 비용절감과 경제효과의 극대화였다. 하지만 그 속내를 냉정하게 바라보면 IOC가 현재 얼마나 위기에 봉착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에 이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 도시인 베이징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면 국제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떨어지는 극동아시아 3개국에서 3연속 올림픽이 개최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포함하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했다가 유치 의사를 철회한 스웨덴, 폴란드, 노르웨이 등과 같은 비아시아권 국가들은 한결같이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재정 문제로 인해 철회를 결정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와 같이 선진국인 동시에 올림픽 개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국가들의 연이은 유치 의사 철회는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림픽과 함께 세계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양대 산맥인 월드컵도 다르지 않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개최와 2018년 러시아와 2022년 카타르 개최 확정으로, 메가 이벤트는 더 이상 선진국들에 매력적 상품이 아닌 것 같다. 이를 단순히 개도국의 발전이나 세계적 축제의 대중화 현상으로 주장할 수도 있지만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효과가 이미 상당부분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개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입증되는 마당에 이 같은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따라서 이같이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위기가 감지되는 시점에 발표된 분산 개최론은 표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비용 절감을 돕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IOC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방책에 불과하다. 올림픽 아젠더 2020에 포함돼 있는 40개의 IOC개혁안 중 하나를 갖고, 그동안 까다로운 경기시설의 신축조건 고수, 올림픽의 허황된 경제효과 양산, 대회 이후 발생하는 엄청난 부작용과 환경파괴를 방관했던 IOC가 자신들의 책임을 개최 도시로 전이시켜 버린 실망스럽고 비겁한 행위였다. 전례 없던 분산 개최론과 분산 개최의 대상이 일본이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조직위와 정부는 우왕좌왕했고 평창 주민들은 올림픽 반납을 주장할 만큼 온 나라가 한바탕 큰 홍역을 앓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우리는 평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IOC와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IOC와 계약한 순간부터 모든 책임과 의무는 개최국의 것이 되기 때문에 국익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필요하면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IOC와의 협상은 늘 존재했다. 예를 들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올림픽 규격을 맞추기 위한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신축 요구를 IOC와 세계아이스하키연맹을 설득하면서 기존의 시설로 대체했다. 정부와 조직위도 IOC와의 대화와 설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둘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당시의 목적과 당위성으로 회귀해야 한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목적은 스포츠 발전, 경제효과, 개최도시 홍보·발전, 미디어·스폰서를 통한 상업적 혜택 등 통상 4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우리는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특히 올림픽을 연상하면 흔히 엄청난 경제효과에 매몰되기 쉬운데, 다른 무엇보다 스포츠 발전과 개최 도시 발전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책임과 의무는 주인에게만 있다. 최선을 다해 국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주인으로서 지금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