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생들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축구는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세대교체가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히딩크 세대’의 마지막 선수인 차두리가 은퇴하면서 2002 한일월드컵 4강세대가 퇴장했고, 동시에 1990년대생들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2014 브라질월드컵 등의 큰 대회 경험을 통해 성장해왔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10년을 이끌어갈 대들보들을 살펴봤다.
1992년생 대표팀 막내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부상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에만 2골을 몰아쳤고, 결승전에서도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터뜨리며 축구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구자철, 이청용 등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킬러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어린 나이에 노련미까지 갖춰가고 있다. 동갑내기 김진수는 ‘제2의 이영표’로 눈도장을 찍었다. 아시안컵 전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강한 체력을 과시했다. 결승전 연장전에서 상대 수비의 체격에 밀리며 실점의 빌미를 준 것은 옥에 티였지만, 투혼 넘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소속팀 호펜하임 복귀 후에도 2경기 연속으로 풀타임 소화했다.
1991년생 ‘삼총사’이정협, 남태희, 장현수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중 최고의 화제는 단연 이정협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 발탁할 당시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A매치 데뷔전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데 이어 아시안컵 본 게임에서도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차세대 골잡이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남태희는 섀도스트라이커로 예리한 공격을 선보였다. 송곳같은 패스로 대표팀의 숨통을 틔어줬고 4강 이라크전에서는 MOM(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현수는 대표팀의 전술 옵션을 넓혀줬다. 주 포지션인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맡았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1990년생 한국영은 교체 멤버로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잠갔다. 한국영이 있었기에 대표팀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부상 공백까지 메울 수 있었다. 역시 90년생 골키퍼 김승규는 이번대회에서 출전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쿠웨이트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김진현과의 경쟁구도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