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법 개정땐 현행보다 30배 폭증…단기매매차익반환ㆍ지분공시 부담가중 우려
주요주주 범위를 본인과 친인척 지분을 합해 10%가 넘는 경우로 확대하는 정부의 증권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주요주주가 지금보다 30배나 늘어난 2만64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지분보고 의무를 져야하는 주요주주들이 대규모로 확대된다는 의미로 정기국회에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 정부 주요주주 범위 확대 추진
15일 국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증권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회부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현행 주요주주 범위를 1인 개인이 지분 10%를 초과하고 있는 경우에서 본인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합쳐 10%를 넘는 경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규정이 주요주주 범위를 지분 10% 이상의 한 개인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해당 주주의 직계가족이나 친인척 등이 이를 악용해 단기매매차익을 챙길 개연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주요주주가 지금보다 30배나 급증해 주주들과 상장사들의 부담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주주 A, B, C, D, E가 각각 2%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5명 모두 ‘특수관계’에 있다면 현행법상으로는 5명 모두 주요주주가 아니다.
◆ 개정안 시행땐 주요주주 2만6446명으로 30배 폭증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5명의 지분을 합하면 10%가 되기 때문에 개정안대로 라면 5명 모두 주요주주가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부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29일부터 올 7월7일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1659개사가 제출한 5%보고서(1만1369주)를 기준으로 단독으로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886명에 이른다.
그러나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할 경우에는 10%가 넘는 주주는 무려 2만6446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장회사협의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결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산규모별로 상장사 40개사를 무작위로 선정해 개정안에 따른 주요주주수의 증감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요주주가 현행 48명에서 275명으로 무려 473%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요주주들이 지금보다 최대 30배 늘고 해당 주주들은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지분보고 의무를 져야하는 의미다.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공시 부담 가중 우려
주요주주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대상이 된다.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는 상장기업의 임직원이나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주요주주(1인)가 주식을 매수(매도)한 후 6개월 안에 팔거나 사들여 이익을 얻으면 그 이익을 돌려주도록 해당 기업이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또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된 날로부터 10일 이내, 소유주식에 변동이 생겼을 때는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 ‘임원ㆍ주요주주 소유주식 보고 의무’도 생긴다.
상장사들의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반환청구를 해야할 대상이 대폭 증가하는 것 만큼 단기매매차익 반환과 관련한 업무와 소송 등에 소요되는 비용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억제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법개정 취지와는 상관없이 규제대상이 확대됨으로써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사와 투자자 등에 대한 불피요한 규제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정안에 따라 주요주주가 돼 단기매매차익 반환대상이 되는 경우 투자의욕 저하로 이어져 자본시장의 침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