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너무 안이한 저출산 대책

입력 2015-02-03 11:0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1.19명(2013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1.7명보다 낮고 저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독일 1.4명, 일본 1.3명보다도 낮다.

심각한 저출산의 결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026년에는 20%에 이를 전망이다. 가장 경제활동을 왕성히 하는 25~49세 인구는 2006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으며, 15~64세의 경제활동인구도 2017년부터는 줄어들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는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7%)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가 되는 기간이 154년이고 미국은 86년, 비교적 고령화가 빠른 일본도 36년 소요됨에 비해 우리나라는 26년 내에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는 소비수요를 위축시키고 노동공급을 줄여 경제성장률 저하와 일자리 감소의 요인이 된다. 경제성장률은 이미 3%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이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적자가 나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 가면 2028년경에는 사학연금도 고갈되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국민연금도 2038년부터 적자가 나타나 2053년경에는 고갈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향후 젊은 세대의 노인부양은 무거워질 전망이다. 2000년에는 15~64세 인구 10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였는데, 2030년에는 2.6명, 2060년에는 젊은 세대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이후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 가장 큰 요인이 고령화이다. 1990년 65세 이상 인구가 12%였는데 그 비율이 2013년에는 25%로 높아졌다. 또한, 복지비 증가 등으로 국가부채는 1990년 67%에서 최근에는 237%로 늘어났다. 2013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일본의 1990년과 같은 12% 수준이고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른 점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출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비해 정부의 대응책은 너무 안이하다.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직속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로 격하시켰다. 2013년 다시 대통령직속위원회로 격상시켰으나 활동 상황은 미미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지난번 세제 개혁 시 자녀 출산에 따른 공제 등을 줄였다. 정부의 문제 인식이 안이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추진할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비록 대통령이 위원장이지만 청와대에는 별다른 기구가 없고 보건복지부가 업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청년실업, 주택, 보육, 교육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문제들을 보건복지부가 풀어 나갈 수가 없다. 과거 가족계획사업을 강력히 추진할 경우 당시 부총리 부처인 경제기획원이 총괄하여 추진하였다. 당시 불임시술비 전액지원, 불임시술자에 대한 아파트 분양 우선권 부여 등 시책도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기구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저출산 대책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비는 2013년 GDP의 1%에 불과하다. 프랑스 4%, 스웨덴 3.8%, 영국 4.2%의 예를 감안하면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저출산 대책보다 고령화 대책에 치중하다 세계 최고의 고령국가가 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 희망이 있겠는가?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