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불평등 문제를 비판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금융 완화만으로는 디플레이션을 저지할 수 없다며 유럽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폐를 인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하나의 교훈일 것"이라며 "지폐 발행을 늘리면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 소비자 물가와 경제 성장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케티의 이같은 주장은 이날 열린 일본 도쿄의 한 공개 포럼에서 유럽 경제와 일본 경제를 비교하던 중 나왔다. 그는 지난달 정부를 비판하며 프랑스 최고의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상을 거부했다.
유럽연합 (EU) 통계국에 따르면 1월 유럽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6% 하락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월 21일 약 1조100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피케티 교수는 "현재 유럽의 경제 성장은 매우 좋지 않다. 재정 긴축정책을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공 부채를 줄이는 데 너무 혈안이 돼 있다. 그것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빠졌던 디플레이션과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경제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한 권 구입했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피케티의 저서와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회 답변에서 "피케티 씨가 제안하는 세계적인 자산 과세 도입에 대해서는 집행면에서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계속해서 수익 확대가 임금 상승이나 고용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을 지향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표명했다.
피케티 교수는 "세계적으로 공조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못한다고 변명해서는 안된다"며 "일본에서는 자산에 접근이 어려운 젊은 세대가 우위가 되도록 세제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세율 인상은 일본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데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