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車水馬龍(거수마룡) / 수레는 흐르는 물 같고 말은 하늘을 오르는 용과 같네

입력 2015-02-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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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車水馬龍(거수마룡)은 수레가 흐르는 물과 같고 말은 하늘을 오르는 용처럼 붐빈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戰國)시대의 소진이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의 번성을 묘사한 글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이 말이 생각난 것은 어제(2월 1일)가 경부고속도로의 첫 삽을 뜬 날(1968년)이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당시로서는 단군 이래 최대 공사였다. 불과 2년 6개월 만인 1970년 7월 7일 완공한 것도 세계적 기록이다. 민족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거수마룡의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 신민당 후보는 유세를 하면서 “경부고속도로가 누워 있기 망정이지 와우아파트처럼 서 있는 건물이라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졸속으로 부실 날림공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거수마룡의 뜻을 새기다 보면 새삼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중국 후한(後漢)시대 2대 황제 명제(明帝)의 아내 마씨(馬氏)는 검소하고 인자해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아들을 낳지 못해 후궁 고씨(賈氏)의 아들을 태자로 삼아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길렀다. 명제의 사후 이 태자가 즉위하니 3대 황제 장제(章帝)다.

마 황후가 대궐의 가장 큰 어른이 되자 잘 보이려는 자들이 황태후마마의 친족 형제들을 제후로 봉하라고 황제에게 아뢰었다. 그 말을 전해들은 황태후는 황제를 불러 단호하게 말했다. “언젠가 내 친정에 찾아가는 손님들의 행렬을 보니 ‘수레는 흐르는 물 같고 말들은 늘어져 꿈틀거리는 용처럼 보였습니다[車如流水 馬如遊龍(거여유수 마여유용)]’. 아부배들의 소리를 절대 귀담아듣지 마세요.”

16일 후면 설 연휴인데, 아부배는 이미 명절 선물을 가득 싣고 거수마룡의 행태를 보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기야 요즘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거수마룡이 더 많지만.

※오늘부터 사자성어를 통해 그날 그날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본지 임철순 주필의 ‘하루 한 생각’이 연재됩니다. 신문이 쉬는 날에는 온라인(www.etoday.co.kr) 오피니언 코너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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