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인터넷 전문은행] 금산분리 적용 지분 현행 4%서 20%로 늘린다는데…

입력 2015-02-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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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덫’ 걸린 인터넷은행

정부가 핀테크(금융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 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일부 허용키로 했다.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늘리는 등 해당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금산분리 등 소유구조 △대면 실명확인 규정 △자본금 규모와 업무 범위 등의 개선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적용을 현행 4%에서 2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은행이란 영업점을 개설하지 않고 통장 발급부터 예금·대출까지 모든 업무를 인터넷상에서 진행하는 은행을 뜻한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의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4%(의결권 기준)를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어 기업들의 은행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와 맞물려 있는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다. 다만 현행 시중은행과 같은 ‘오프라인 은행’은 재벌의 사금고화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감안해 금산분리 완화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반기 중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하반기 중에 하위 법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전자금융업 규율 재설계 등에 대한 부분은 특별히 신중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을 상당 부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어 산업자본 진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세계 144개국 가운데 80위로 평가했다. 케냐(24위)와 네팔(75위)보다 뒤처진다. 점수로 환산하면 7점 만점에 3.8점을 받았다. 효율성은 98위(3.1점), 대출 접근성은 120위(2.2점)에 불과했다. 한국 금융산업을 위기라고 보는 시각이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다 벽에 부딪혀 무산된 경험이 있다. 결국 시도로 끝났지만 금융 선진화를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1년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등 벤처기업 20여개사가 공동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인 ‘브이뱅크(가칭)’ 설립을 추진했지만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또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관련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적용 규제를 현행 4%에서 20%까지 늘리는 방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 설립의 걸림돌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은행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지분 제한도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액 예대 업무뿐 아니라 기업대출, 보험·펀드·카드 판매 등까지 취급하는 인터넷은행 시장에 산업자본 진입을 허용한다면 기존 금산분리의 취지가 의미 없을 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은행권 사업 부문과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규제가 강화된 지 만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완화 카드를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 실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2009년 9%로 완화됐다가, 지난해 2월 다시 4%로 원상복귀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게자는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저축은행법처럼 관련법을 새롭게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롭게 도입되는 인터넷은행이 정착하지 못하고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 서비스 강화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행 설립 시 필요한 막대한 금융결제망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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