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소문난 잔치에 실속도 꽉찬 '티볼리'

입력 2015-01-2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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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시장에 새로 나온 자동차 가운데 티볼리 만큼 출시 전부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차가 과연 있었던가.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휴양지에서 이름을 따온 쌍용자동차의 신차 티볼리는 쌍용차가 2011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 내놓는 신차일 뿐 아니라 최근 자동차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점에서 진작부터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지난 연말부터는 쌍용차 해직자 복직 문제와 맞물려 급기야 대중 관심사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평택 공장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 뒤로 이들의 복직을 위한 전제 조건이 신차 티볼리의 성공이라는 이야기가 퍼졌고, 가수 이효리 등 유명인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관심이 증폭됐다.

이런 효과 덕분인지 티볼리는 사전 계약 물량만 4천대를 넘어서며 흥행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쌍용차, 쌍용차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명운을 짊어지고 시장에 나온 티볼리를 몰고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 마리나에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 약 90㎞를 달려봤다.

시승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네'였다. 주행감, 공간 활용도, 색상, 디자인, 인테리어 등 차량 전반이 가격을 고려할 때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요트 선착장을 배경으로 도열한 하늘색, 갈색, 흰색, 은색, 진청, 빨강, 검정 등 다양한 외관 색상의 티볼리 가운데 기자에게 배정된 최고 트림 LX(2천347만원) 검은색 차량에 올라탔다.

먼발치에서의 윤곽은 얼핏 보면 영국산 프리미엄 SUV인 랜드로버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세계 젊은이들의 '생애 첫 SUV'가 되겠다는 쌍용차의 패기가 반영된 디자인은 강인한 느낌을 풍겼고, 차량 내외부 색상과 인테리어에서는 산뜻함이 묻어났다.

동급 유일의 듀얼존 전자동 에어컨, 운전석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휠(운전대), 2열 열선시트, 동급 최다인 6개 센서를 적용한 전후방 장애물 감지시스템 등 편의사양도 가격을 고려하면 훌륭했다.

젊은층 공략을 위해 스마트기기 활용성을 극대화했다는 쌍용차의 자랑을 확인하기 위해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연결, 스마트폰에 깔린 앱으로 라디오를 실행하니 DJ의 목소리가 6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깨끗한 음질로 흘러나왔다.

차를 출발시키려 시동 버튼을 찾자 옆자리 동승자가 이미 시동이 걸려 있다고 알려줬다.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차량이라서인지 시동을 걸어도 엔진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소형 SUV임에도 내부 공간 역시 여유로운 편이었다. 신장 186㎝의 동승자도 운전석이나 조수석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뒷자리도 보통 체구의 성인 남성 3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듯 했다.

올림픽대로에서 강변북로, 자유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봤다. 너무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물렁하지도 않은 하체가 받쳐주는 덕분에 주행감은 자연스럽고, 시원스러웠다.

다만 차선을 바꾸려고 속도를 냈을 때 디젤 SUV처럼 차체가 즉각 반응을 하지 않아 한 박자 늦게 가속력이 붙는 것은 아쉬웠다. 속도를 120㎞ 이상으로 높이자 풍절음이 들리고, 차체가 작은 탓인지 도로 밑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을 찍고 출발지로 돌아와 확인한 연비는 13.8㎞/ℓ였다. 고속도로를 주로 탄 덕분에 복합연비(12.0㎞/ℓ)보다 잘 나왔으나 동급 경쟁 모델인 르노삼성차 QM3(공인연비 18.5㎞/ℓ)에 비하면 아쉬운 편이다. 연비는 올해 6월께 티볼리 디젤 모델이 나오면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듯하다.

쌍용차는 이날 시승회에 앞서 진행한 개발자 간담회에서 "SUV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준중형 세단 구매를 고려하는 25∼35세의 고객을 판매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티볼리가 준중형 세단을 구입하려는 고객 상당수를 흡수해 쌍용차의 바람대로 글로벌 SUV 명가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복직의 길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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