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후죽순 늘릴땐 언제고…사건 터지고 하루 만에 대책 내놓은 정부

입력 2015-01-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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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미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 8일 인천 연수구의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인 양모씨가 네 살짜리 여자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루는 CCTV가 공개되면서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전 국민이 분노에 떨었다.

CCTV에 담긴 내용은 심히 충격적이었다. 육안으로 봐도 평균을 훨씬 넘는 체격의 보육교사가 온 힘을 다해 아이의 얼굴을 후려치차 아이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좋은 것만 느끼고 자라도 아까울 이 네 살배기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 것이다.

이후 국민의 분노가 보육교사에서 대책 없는 정부에게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곧바로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폭력을 행사하다 적발된 교사와 원장은 영구 퇴출시키고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며, 모든 어린이집에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10년 전부터 끌어오던 CCTV 설치 의무화 방안과 처벌수위의 강화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던 정부의 고민이 담겨져 있지 않은 듯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조차 이번 대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는 “효과적인 대책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일인데, 사건 발생하고 하루 만에 어떻게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냐”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어린이집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집은 지난 2000년 2만여개에서 2013년 4만4000여개로 크게 증가했다.

어린이집이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 어린이집에서 인정되는 보육교사 자격증이 상대적으로 취득하기 쉬운 데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격미달의 원장과 보육교사는 늘어나고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들은 폭력에 더욱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현재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력사건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장 눈앞의 여론을 피하고자 면피성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아이들, 보육교사 등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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