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재작년 세법 개정 당시 세법개정안을 마련한 사람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이고, 국회에서 끝까지 밀어붙인 당사자가 최경환 현 부총리다. 최 부총리가 자신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려 한 것일까? 박근혜 정부답지 않은 이례적이고 신속한 후퇴다.
그러나 당시 전개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최 부총리의 사과와 후속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다. 2013년 여름,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법인세율 인상은 없다”는 언급에 장단을 맞추기라도 하듯 2014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법인세율 인상을 제외한 다양한 증세 방안이 포함됐다. 예를 들면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제도의 정비, 각종 세금공제 혜택의 일몰아웃, 그리고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 등이다.
당시에도 당연히 국민 여론과 야당의 비난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특히 재벌들의 법인세율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면서 봉급 생활자들의 유리지갑은 마음껏 유린했다는 비난이 가장 드셌다. 3450만원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당시의 개편안에 대해 중산층에 세금폭탄을 던졌다는 힐난이 고조된 끝에, 한 차례 수정을 거쳐 중위소득인 5500만원 이상의 소득자에 대해서만 연말정산을 축소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8700억원 정도의 세수를 EITC(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 환류시키는 소득 재분배 효과를 거두겠다는 그럴 듯한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국회 기재위원회 조세소위에서의 심의과정도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야당은 교육비와 의료비 등 기본경비적 성격의 지출과 저출산 대책 성격의 자녀공제에 대해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세계 주요 국가 중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해 세액공제 방식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15%의 낮은 세액공제율도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끝내 원안대로 법제화하기에 이르렀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당은 야당의 다른 요구인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인하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은 받아들이면서도 끝까지 법인세율 현상 유지와 연말정산 세액공제 전환을 관철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토씨 하나까지 얼마나 엄격히 적용되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개정된 연말정산제도가 올해 첫 결과물을 내놓게 되는데, 벌써부터 정부의 논리와 추계가 거짓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경우에도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인지, 정부의 연말정산제도 설계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검증해 소득세법을 재개정해야 될 일이다.
법인세율 인상은 없다며 미리 세법개정 논의의 범위를 제한하려 드는 대통령,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예산부수법안이니 시한 내에 처리해 달라고 강압하는 정부, 또 이것을 그대로 관철하는 것으로 정치적 역량을 검증받으려는 여당이 있는 한 제2, 제3의 ‘13월의 분노’는 형태를 바꿔 계속될 것이다.